[사설] 의학전문대학원제의 명과 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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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인적자원부가 2005학년도부터 일반 대학 졸업생들도 의학.치의학 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의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확정함에 따라 의사 양성 체계가 획기적으로 바뀌게 됐다.

이 방안에 따르면 4년제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의학교육입문시험(MEET)에 합격하면 학부 전공에 상관없이 누구나 4년제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다. 대신 전문대학원 도입 여부는 각 대학 자율에 맡기는 한편 대학이 희망할 경우 한시적으로 현재의 의학교육 학제(예과 2년+본과 4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개편안이 의사 양성 체계를 종전의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금까지는 의예과에 합격만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의 모두 의사가 되는 '장래 보장형' 체제였다.

그러다 보니 대학 입시에서도 자연계의 성적 우수자 대부분이 본인의 적성과 무관하게 의예과에 몰리는 현상마저 빚어졌다. 따라서 이 제도의 도입은 대학 지원 때의 학과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동시에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로스쿨이나 경영 전문대학원제 도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의학박사(Ph.D)와 환자 진료를 전공으로 하는 의무 석.박사(D.M.Sc) 과정으로 나눈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상대적으로 처우나 근무 여건이 열악한 의과대학 교수들이 병.의원을 개업하기 위해 연구실을 떠나는 사례가 최근 줄을 잇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의학 기술 발달과 인재 양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임상 의사와 연구 의사 분리의 본래 뜻을 살리려면 연구 의사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불러올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초학문 분야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공계 대학생들 사이에서까지 고시 열풍이 한창인 마당에 MEET가 또 다른 '고시'가 돼선 안된다. 기초학문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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