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부정 수사 전국 확대] 파장과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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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전화 커닝 부정행위가 전국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광주에서 시작된 '수능 부정'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우선 휴대전화 부정이 특정 지역 수험생들만의 우발적인 행위가 아니라 전국에서 계획적으로 저질러진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시행 12년째를 맞는 수능에 대한 신뢰도는 결정적으로 추락하게 된다. 그동안 '물수능''불수능'이란 오명과 함께 변별력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지난해는 복수정답 인정 사태까지 빚었던 수능이 이번 대규모 부정행위 적발로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교육당국으로서도 수능시험 관리 허술의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 차례의 시험으로 대입의 당락을 사실상 결정짓는 수능 제도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시험관리 자체에도 허점을 드러냄으로써 국가시험인 수능에 대한 불신을 키웠기 때문이다.

정부는 광주 휴대전화 부정사건 이후 내년 1월까지 수능 부정행위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지난 24일 관련 부처 합동의 대책반을 만들어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사태가 확산될 경우 기술적인 방지대책 차원이 아니라 수능 자격고사화, 대학별 고사 확대 등 입시제도 자체를 손봐야 하는 지경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이를 요구하는 교육.시민단체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관리 소홀이 부정사태 불러=이번 부정행위 사태는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교육 당국이 안이하게 대처해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 등이 교육당국 홈페이지 등에 휴대전화 커닝 수법을 여러 차례 게시했음에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험 시작 전 휴대전화 수거가 철저히 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시험시간에도 휴대전화 사용 행위가 적발되지 않아 감독관들의 관리감독 기능에 허점을 드러냈다.

게다가 교육부가 수능 한달 전에 이번 사건과 똑같은 수법을 예상하고 정보통신부.경찰청 등과 합동 대책회의를 추진하려 했으나 세 차례나 무산되는 바람에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기회를 놓쳤다. 수능 부정행위 파장이 커짐에 따라 이 같은 수능 관리부실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정부대책과 전망=정부는 내년 1월까지 매주 수요일 관련 부처 회의를 열어 수능 부정행위 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파차단기.전자검색대.금속탐지기 설치 등 기술적인 수능부정 방지방안과 감독관 증원, 시험지 유형 다양화, 부정행위자 응시제한 강화 등 시험관리 방안, 학교현장에서의 시험공정성 확보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교육부 한석수 학사지원과장은 "휴대전화 커닝 부정행위가 전국적으로 이뤄졌는지는 경찰청의 수사결과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은 현재 논의 중인 방안을 중심으로 최종 대책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 확산으로 입시 정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교육.시민단체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어서 수능 제도 자체의 손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한국교총.전교조.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등은 최근 한목소리로 수능 폐지 또는 자격고사화, 대학의 학생 선발권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로서는 "수능 제도 자체를 건드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능 등급화가 도입되는 2008학년도 입시에서의 수능 성격을 재조정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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