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줄이고 농민도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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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농업정책의 초점은 땅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꿔 농가 소득을 보전하게 하고, 농사를 지을 능력이 있는 농가당 벼농사 면적을 기계화가 가능할 정도로 넓히자는 것이다.

뉴라운드 출범으로 2005년 안에 제대로 된 농업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시간이 3년밖에 안 남았다. 그 안에 국제 시세의 6~7배인 쌀값을 낮춰 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쌀값 하락에 따라 줄어들 농가 소득을 보전해야 한다.

◇ 이제 농정도 경제논리로=정부 관계자는 "뉴라운드 체제에선 쌀값을 낮출 수밖에 없는데도 너무 많은 농민이 벼농사에 매달리고 있다"며 "농촌 구조개선 사업으로 농기계를 샀지만 이를 쓸 만한 농지가 안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농가당 평균 벼 재배 면적은 1㏊로 1995년(0.9㏊)과 별 차이가 없다.

정부는 벼 품질 고급화와 논농업 직불제 단가를 올리는 것만으론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골프장이나 관광단지 등 농사 말고도 돈 되는 용도로 농지를 바꿀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을 검토하기에 이른 것이다.

농민들이 비싼 값으로 농지를 팔거나 공동으로 농지 개발에 참여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전체 벼 재배 면적을 줄이도록 해 벼 생산량도 감축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농지를 골프장으로 만들어 마을의 주요 농업 외 소득원으로 개발한 사례가 있다. 농가는 골프장에 들어간 농지 지분에 따라 골프장 운영 수익을 나눠 갖는다.

벼농사를 쉬는 농지에 대해 휴경(休耕)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하지만 여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국내 쌀산업은 결국 대규모 농사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젊고 유능한 농민이 대규모 기계화 농사로 가야 한다. 그런데 농지가 선진국보다 비싸 농지를 늘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농지 구입자금을 좋은 조건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 짚어야 할 점=한계농지에 대한 규제를 풀 경우 마구잡이 개발이 문제될 수 있다. 준농림지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뒤 수도권과 서해안 일부 지역이 훼손됐고, 그 결과 함부로 용도를 바꾸지 못하도록 규제를 되레 강화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용도변경권이 지자체에 넘어가더라도 아파트나 식당.러브호텔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지인들이 용도 변경 이전에 땅을 사서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을 막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송상훈.정철근.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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