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눈높이 올려라"…증권사들 투자의견 상향 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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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주가가 가파르게 뛰면서 증권사들마다 연일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하는 보고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급등장세에 따라 기업들의 적정주가를 최고 70%까지 높게 수정하는 등 증권사의 '눈 높이 높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고무줄 투자등급"이라 비난하지만 증권사들은 "예상 밖의 주가 급등으로 주가수준에 맞게 재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현대증권은 22일 "뛰어난 영업력을 바탕으로 성장성이 확보됐다"며 청호컴넷에 대해 '매수(Buy)'를 추천하고 적정주가를 1만4천1백원으로 제시했다.

이에 앞서 현대증권은 지난달 31일 이 회사에 대해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의견을 내며 적정주가를 8천3백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불과 3주 만에 투자의견을 정반대로 바꾸고 적정주가 예상치도 70%나 올려 잡은 것이다.

현대증권은 파인디앤씨에 대해서도 지난달 31일 적정주가를 9천4백원으로 잡았다 3주일 만에 23%오른 1만2천2백원으로 수정했다.

삼성증권도 23일 대덕GDS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하고 삼성전기.모아텍.LG전자.웅진닷컴 등 기술주에 대한 적정주가를 대폭 올렸다.

삼성증권은 대덕GDS에 대해 지난 9일 8천5백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가 보름 만에 목표 주가를 39% 높여 1만1천8백원으로 고친 셈이다.

이밖에 대우.LG.한화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들도 최근 삼성전기.신도리코.KTF 등에 대한 적정주가를 13~20%씩 올렸다.

SK증권 박용선 투자정보팀장은 "투자의견이나 적정주가를 낼 때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보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최근 장이 뛰어오르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도 "지난달 '중립'의견을 냈던 업체의 주가가 적정주가의 두배 수준으로 뛰어 오르자 투자자들의 항의를 받았다"며 "장이 좋으니 어쩔 수 없이 '시장수익률 상회'로 의견을 바꿨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증권사의 투자의견이 널뛰기하고 단기간에 적정주가를 수정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혼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증권연구원의 노희진 박사는 "선진 시장의 경우 증권사들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면 바로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져 시장에서 외면당하게 된다"며 "투자분석자료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증권사들의 관행은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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