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예산심의 정회소동 벌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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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일 국회 운영위에는 이상주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왔다. 청와대의 새해 예산안 심의가 안건이었지만 야당이 여권 쇄신 문제를 들고나와 여야간 논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이방호(李方鎬)의원은 "각종 부정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모시고 있으니 대통령의 판단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며 "한빛은행 사건으로 장관에서 낙마한 박지원씨나,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임동원씨 같은 사람을 청와대 수석이나 특보자리에 갖다 놓은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병국(鄭柄國)의원은 "국가상황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 중 일부는 대통령을 모시는 (청와대)실무진에 있다"며 "여당 내에서도 이들의 실명까지 거명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들이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이종걸(李鍾杰)의원은 "예산 관련 질의만 하라"며 제동을 걸었고, 여야간에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 총무인 이상수(李相洙)위원장은 "모처럼 청와대에서 국회에 나왔고, 의원들이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오늘은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라고 말한 뒤 "(여권과 관련된)심각한 내용의 질의는 삼가 달라.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입장에서 질문해야지 무슨 짓이냐"고 소리쳤다.

이에 鄭의원이 "위원장이 의원들의 질의 내용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며 항의했고, "그냥 질의해"(李위원장), "당신이 뭔데 나한테 지시해"(鄭의원)라는 승강이를 벌인 끝에 정회되는 소동을 빚었다.

이상주 비서실장은 여권 쇄신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은 대단히 불행한 사태로 본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수호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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