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실적 보고서 제때 안내면 과징금 최고 2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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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앞으로 투자자들은 상장.등록 기업의 주요 경영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알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다음달부터 공시 의무를 어긴 회사에 모두 과징금을 물리고 심한 경우에는 대표이사를 해임하도록 권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공시를 제때 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또 기업 실사를 엉터리로 하는 증권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 제때 공시 안하면 과징금 20억원까지 물려=금감원은 9일 과징금을 물리는 범위를 크게 넓힌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가증권 신고서를 내지 않은 경우에만 과징금을 물렸으나 다음달부터는 반기.분기 사업보고서와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한 65개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신고서, 합병.영업양수도 신고서, 공개매수 신고서 등을 내지 않아도 부과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특히 고의성이 있거나 공시의무를 어긴 사안이 중요하면 최고 2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그렇지 않으면 과징금을 조금 물리는 '차등 부과'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가벼운 공시 의무 사항이더라도 되풀이해 어기면 이를 공개하고 임원 해임 권고.유가증권발행 제한 등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 엉터리 기업 실사(實査)도 제재=1999년 12월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H사의 주간사인 D증권은 H사가 2000년에 9억8천만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산 결과 H사는 무려 2천1백21억여원의 적자를 냈다. D증권의 엉터리 보고서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손실을 보았다.

D증권은 자율규제기관인 증권업협회가 지난 5월 부실 분석 책임을 물어 5개월 동안 공개업무를 제한했다. 그러나 이 증권사는 '주간사 계약을 맺었거나, 예비심사 청구서를 낸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 라는 규정을 이용해 실제로는 공개업무를 계속했다. 말뿐인 제재였다.

금감원은 앞으로 실제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자율규제기관을 수시로 점검해 증권사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공시 의무와 기업 실사 의무를 성실히 지키는 기업과 주간사회사에 대해서는 1년 동안 공시의무를 어겨도 과징금을 깎아주는 등 우대하는 방안을 따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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