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계산지구 주민들 나이트클럽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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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러브호텔 때문에 주민 반발이 잇따랐던 인천시 계양구 계산지구가 이번에는 대형 나이트클럽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파트 단지 인근 상업지역에 나이트클럽 4곳 등 유흥업소 30여곳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밤마다 몰려드는 차량과 술꾼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주민들은 "조용했던 동네가 불과 1~2년 사이에 인천지역 최대 유흥가로 부상하면서 주거.교육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며 걱정했다.

지난 1997년 7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계산지구는 현재 1만5천7백85가구에 5만여명이 거주하는 대단위 아파트촌으로 변했다. 연수지구에 이어 인천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아파트촌으로 꼽힐 정도가 됐다.

또 초등교 3개교, 중학교 1개교, 고교 3개교 등 모두 7개 학교가 위치해 있기도 하다.

◇ 실태=휴일인 8일 새벽 1시쯤 A나이트클럽 앞 왕복 4차선 도로.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아래 나이트클럽을 찾은 차량 30여대가 도로 양편으로 줄지어 불법 주차하고 있다. 일부 차량은 인도까지 점령해버렸다.

또 나이트클럽 손님들을 태우려는 택시 10여대가 도로에 장시간 대기하고 있는 바람에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나이트클럽 맞은 편에는 포장마차촌까지 생겨 남녀 손님들의 고성방가가 끊이질 않았다.

같은 시각 인근 C.K나이트클럽 앞 왕복 4차선도로. 도로 양편이 30여대의 불법 차량으로 메워졌으며 업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로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낮에 한산하던 도로가 저녁 이후가 되면 북적거려 전형적인 유흥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관할 계양구청에 따르면 현재 계산지구 상업용지(면적 8만여)에는 나이트클럽 4곳을 비롯해 유흥주점 28개, 단란주점 3개, 노래방 30개, 숙박업소 15개가 성업 중이다.

◇ 주민 불만=동보아파트에 사는 김모(35)씨는 "지난 5월28일 개장한 A나이트클럽이 국내 최대규모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서울.일산 등지에서 원정까지 오는 등 수도권에서 가장 물 좋은 유흥가란 오명(?)까지 덮어쓰고 있다" 고 말했다.

때문에 나이트클럽 주변 동보.현대.동아.두산.뉴서울 등 아파트 주민들은 아이들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부 최찬숙(34.뉴서울아파트)씨는 "아이들이 궁전처럼 장식한 나이트클럽의 외관만 보고 호기심에 놀러가자고 조를 때 할 말이 없어진다" 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부녀회 등에서는 유흥시설 때문에 주거.교육 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키로 했다.

◇ 시.구청 입장=이곳에 들어선 유흥업소들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지만 불법 주차.야간 소음 등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는 만큼 조만간 현장조사를 벌인 뒤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또 술집들의 탈법 행위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펴는 한편 업소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네온사인을 끄거나 철거토록 유도해 환락가라는 이미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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