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공정위장 임기논란 불씨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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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남기(李南基.사진)공정거래위원장이 일단 '불법 임기' 논란의 한 고비를 넘었다.

한나라당이 김대중 대통령을 피고로 낸 공정거래위원장 임명무효 확인소송을 서울행정법원이 각하(却下)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논란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결은 원고인 한나라당의 소송자격을 문제삼아 소송을 물리친다는 뜻이며, 사법부가 李위원장에 대한 임명이 적법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판에서 "대통령이 李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누구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할 것인가는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해 사법적 판단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연임 제한에 관한 규정에 저촉된 사람을 임명한 것인지 여부는 규정 해석상의 문제로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 고 밝혔다. 원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다시 재판을 걸면 사법부가 심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중진 법조인은 "부당한 시정명령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을 포함, 공정위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는 원고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임제한 규정의 해석을 둘러싼 임기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李위원장 임명 당시의 공정거래법상 연임제한 규정은 '공정거래위원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9명으로 구성되며, 위원 임기는 3년, 1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법 37조, 39조)는 것으로 이에 따르면 위원 임기는 6년이 된다.

李위원장의 경우 1993년 6월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돼 1차 임기를 마친 뒤 2차 임기 도중인 98년 8월 부위원장으로 임용됐고, 지난해 8월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관련 조항이 고쳐져 시행(지난 4월 1일)되기까지 기간을 합산하면 7년9개월여(위원 3년+1차 연임 위원 2년2개월+부위원장 2년+위원장 7개월여)동안 위원으로 있었던 셈이 된다.

쟁점은 李위원장처럼 위원으로 있다가 부위원장이나 위원장이 되는 경우 위원 임기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느냐 여부다. 법조계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공정위측은 "李위원장의 경우 사표를 내고 신규로 승진 임용된 것이므로 연임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조인들의 해석을 받았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조계 한쪽에선 "부위원장이나 위원장도 위원으로 규정한 이상 위원 임기 규정의 적용 대상이 분명하다" 고 해석하고 있다.

이상렬.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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