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경제엔 여야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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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일 진념(陳稔)경제.한완상(韓完相)교육부총리와 한명숙(韓明淑)여성부장관을 잇따라 만났다. 각각 30여분의 간격을 둔 신임 인사였지만 李총재의 대접은 삼인삼색(三人三色)이었다.

◇ "야당도 평화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하나" 〓韓부총리를 맞은 李총재의 말은 날카로웠다.

李총재는 韓부총리가 지난달 31일 MBC 특강에서 "햇볕정책 비판론자들이 '북한 퍼주기' 론을 유포하고 있다. 대북정책 비판은 평화를 원치 않는 사람들의 발언" 이라고 주장한 것을 거론했다.

▶韓부총리〓와서 보니 문민정부 때 만든 틀이 그대로 살아 있더라. 정권이 이어져 오는 것을 느꼈다.

▶李총재〓그래도 문제가 된 것은 현 정부가 개혁이라고 했던 것이다. 야당도 '평화를 원치 않는다' 고 생각하나.

▶韓부총리〓(언론 보도가) 왜곡됐다.

▶李총재〓학식과 인격이 뛰어난 것은 아는데 이념적 경향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더라. 개인의 정치적 사상을 교육에 반영하려는 꿈을 꿔선 곤란하다. 교육은 투명.보편타당한 것이다.

▶韓부총리〓부덕의 소치다. 내 나이가 65세로 허명(虛名)을 탐하지 않는다. 충고를 유념하겠다.

李총재는 "부총리제에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하고 싶어해 양보했다" 며 "교육부장관을 너무 자주 교체한다" 고 비판했다.

또 "(북한을) 도와주는 것 자체엔 반대하지 않는다" 며 "다만 북한이 개방 사회로 나아가고 평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전략적 상호주의 태도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 "경제에는 여야가 없다" 〓李총재는 陳부총리에게 "서민들이 IMF 때보다 어렵다고 하더라. 최선을 다해 달라" 고 말했다.

이에 陳부총리는 "열심히 하겠다. 경제가 사람 마음이다. 지표 경제는 안 좋으나 체감 경기는 숨통이 트이도록 하겠다" 며 "도와달라" 고 했다.

李총재는 "그런 일에는 초당적으로 도와주겠다" 며 "좋은 법과 정책을 만들면 한나라당은 언제든 협력한다. 경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고 화답했다.

韓여성장관은 환대를 받았다. 李총재는 "감사원장 시절 (韓장관이) 부정방지대책위원을 지냈는데 열심히 해줬다" 고 소개한 뒤 "(권철현 대변인에게) 韓장관에겐 살살하라" 고 농담했고 韓장관은 "여성부에 힘을 실어 달라" 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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