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 민주 체제 수호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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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한나라당 당직회의에서 김덕룡 원내대표(中)가 여당의 4대 입법안 국회제출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이 20일 정기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법안 11개를 발표했다. 열린우리당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4대 입법안'에 맞불을 놓는 성격의 법안들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들 법안을 '경제살리기 법안'(5개)과 '자유민주주의체제수호 법안'(6개)으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당과 달리 민생.경제 입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열린우리당이 생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 심의과정에선 양당의 논리싸움과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민주주의체제수호 법안'=한나라당은 가장 큰 논란거리인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선 현행 특별법 체계를 그대로 지키되, 일부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것처럼 보안법을 폐지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권침해 소지는 완전히 없애고, 북한의 호전성.이중성은 견제할 수 있도록 보안법의 큰 틀은 유지하겠다"고 이 의장은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정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국정감사가 끝나지 않아 아직 당론을 모으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직자들은 "다음달 초께면 개정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사립학교법 개정과 관련해선 사학재단의 자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학생선발권과 등록금 책정권 등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게 골자다. 정책위 관계자는 "여당은 '개방형 이사제'도입 등으로 사학을 설립자의 손에서 빼앗아 전교조에 주려고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며 "이 역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것이므로 당 차원에서 대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재단비리를 막기 위해 운영의 투명성은 제고하기로 했다. 예.결산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고, 학교운영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내용을 개정안에 넣는다는 방침이다.

언론관계법에 대해서도 여당과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여당안이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신문.방송의 겸업을 금지하고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간접 제한하려고 하는 데 반해 한나라당은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를 조건부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ABC제(발생부수 공개제)를 강화해 신문의 공신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반면 방송에 대해선 공공.공정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입법을 하겠다고 했다.

◆'경제살리기 법안'=감세가 핵심이다. "고유가시대에 민생안정이 최우선"이란 이유에서다. 그래서 유류세 10% 인하, 가정용 LPG특소세 감면, 2000cc 이하 자동차 특소세 폐지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소득세율도 낮추고 과표 2억원 미만의 법인에 대해선 법인세율도 상당폭(3~10%포인트)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소기업에 대해선 3년간 소득세.법인세.세무조사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기업자유도시개발과 관련해선 정부안에는 없는 '영리법인의 대학.의료기관 설립 허용'이란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해선 재계의 입장을 대폭 수용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공정거래위의 계좌추적권 부활을 반대한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이 밖에 정부의 예산운용을 국회가 보다 철저히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국가재정건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김정하.이가영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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