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영화] KBS2 '34번가의 기적' 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도 작은 기적을 기대하고픈 때가 성탄절. 하지만 정말 기적이 일어난다 한들 영악한 현대인이 그것을 인정할까.

1947년 아카데미 3개 부문을 수상한 동명의 할리우드 고전을 94년에 리메이크한 '34번가의 기적' (23일 밤 10시40분 KBS2 ★★☆)이 그런 경우다.

백화점 간부에게 산타는 성탄절 판촉용 임시고용인일 따름. 하지만 어린 딸은 엄마의 백화점에 산타로 고용된 볼품없는 할아버지를 진짜 산타라고 믿는다.

이 할아버지가 진짜 산타인지 여부는 급기야 법정문제로까지 비화한다.

감독은 레스 메이필드지만, 각색.제작을 맡은 '가족물 전문가' 존 휴즈의 영향력이 큰 영화다. 대배우 리처드 아텐버러가 산타로 출연한다.

'목사의 아내' (24일 밤 11시25분 KBS1 ★★☆)에서도 교회일에 지쳐 '도와주십사' 기도를 올렸던 가난한 동네 목사는 정작 천사가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자 수상쩍은 눈길을 보낸다.

천사를 신뢰하는 아내의 모습에 오히려 둘의 관계를 의심할 정도. 96년작인 이 영화 역시 47년도 고전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의 주연이 캐리 그랜트.로레타 영 등 백인이었던 데 비해 감독 페니 마샬은 흑인 스타 덴젤 워싱턴과 휘트니 휴스턴을 기용한 점이 이채롭다.

두 영화 모두 진정한 기적은 산타나 천사의 출현이 아니라 일에 쫓겨 등한시하던 가족관계의 회복이라고 역설한다.

요즘 관객 취향에는 다소 단순한 이야기지만, 가족물로는 무난하다.

약간 다른 소재이지만, 아프리카 왕족으로 분한 에디 머피가 뉴욕의 보통 아가씨를 배우자로 맞기 위해 분투를 벌이는 '에디 머피의 구혼작전' (24일 밤 12시50분 KBS2 ★★★)역시 자잘한 재미로 볼 만하다.

88년작. 존 랜디스 감독. (별점 출처:레너드 마틴의 영화.비디오 가이드 2000. 만점 ★4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