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심 산업스파이] 외국기업선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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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방산업체 A사는 주요 정보를 다루는 연구원들의 집마다 보안 장치를 설치해 뒀다.

그가 외국계 미국인이라면 그의 출생국에 가서 태어날 때부터 성장 배경까지 '인생파일' 을 통째로 담아온다. 그것도 모자라 회사 건물 주변은 아예 거대한 나무 숲으로 요새화했다.

외국 기업들이 '정보 지키기' 에 쏟아붓는 노력은 이 정도다.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냉전시대에 익힌 첩보 활동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다국적 기업인 B사. 기술 관련 서류 등 모든 문서를 녹색.적색 등 컬러 용지로 제작한다. 무단 복사를 막기 위해서다. 복사도 전용 카드키가 없으면 불가능하고, 수량도 자동 체크된다.

영국의 R연구소는 사내에 발간실을 별도로 두어 문서.책의 제본을 전담시키고 있다. 외주를 줄 경우 연구소 내부의 비밀이 새나갈 여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첨단의학 연구를 하는 미국 N연구소 주변은 3m 높이의 철조망이 쳐져 있고 CCTV가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개인별로 지급되는 연구 노트는 낱장으로 떼어낼 수 없게 번호를 부여했고, 이직 때에는 원형 그대로 반납해야 한다.

이중.삼중의 출입 통제 장치는 기본이다. 국내 일부 대기업이 갖추기 시작한 지문.홍채(虹彩) 등을 통한 출입자 생체 인식 장비는 선진국 연구소에선 이미 보편화했다.

외국 첨단기업에 근무했던 40대 중반의 연구원 朴모씨는 "외국 업체들이 보안 유지를 위해 들이는 노력은 한마디로 놀랄 정도" 라며 "근무 중 익힌 지식이나 노하우를 밖으로 흘릴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을 고용계약서에 넣는 건 기본"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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