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건설 함안 칠서공단 경매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국내 최초로 민간개발 방식으로 조성된 함안 칠서지방공단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놓였다.

시공회사가 은행대출을 위해 공단용지를 담보로 제공했다가 갚지못하자 채권회수전문업체가 이 땅을 팔아 빌려준 돈을 거둬가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칠서공단의 채권을 인수 받은 AEGIS코리아는 지난달 말 칠서공단에서 경영상태가 좋은 일부 기업체에 대해 공장건물을 철거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입주업체와 이주민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으며 경매가 강행될 경우 토지를 분양받았던 입주업체들과 주민들은 억울하게 자신의 재산을 빼앗기게돼 큰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시공업체는 담보로 제공할 수 없는 공단용지를 이용, 대출을 받았으나 감독기관인 경남도가 이를 승인해 책임 논란도 일고있다.

경남 함안군 칠서면에 조성된 칠서공단(1백7만 평.위치도)에는 51개 업체(50만 평)가 용지를 분양받아 20개 업체가 가동하고 있다.

◇ 무리한 도급이 원인=칠서공단은 지주들이 조합을 구성해 1991년 말 착공했다.

시공을 맡은 마산 삼성(三成)건설(대표 鄭鍾玉)이 공사비가 모자라 공단용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가 98년 1월 부도를 냈다.

공장용지 60만7천 평에 대해 1천2백40억원의 근저당 설정이 됐으며 현재 7백60억원은 상환하고 이자를 포함해 6백억원이 남아있다.

◇ 경남도 감독소홀=칠서공단 관리권자인 경남도는 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공장용지를 담보로한 대출을 허가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시행령(30조2항.선수금)에는 '공단이 분양됐거나 시설물이 들어선 뒤에는 토지를 담보로 제공에서는 안된다' 고 규정돼 있다.

鄭이사장은 경남도의 담보 한도 승인액(9백억원)보다 3백40억원을 초과한 1천2백40억원을 대출 받았는데도 도는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도 관계자는 "민간 개발이기 때문에 공단 이사회가 결정한 것을 도는 형식적으로 허가해 준 사항" 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경남도가 상위법률(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의 규정을 어긴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 억울한 이주민들=칠서공단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이주단지도 경매위기에 몰렸다. 공단 자리에 있던 3개 마을은 이주민 54가구(가구당 1백 평)는 92~94년에 이주해 왔지만 아직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있다.

이주민들은 "환경이 나쁜 공단에 사는 것도 억울한데 재산마저 날리게 됐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 공단.채권회사 협상에 기대=공단측은 채무를 갚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채권회수회사와 4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공단측은 부채 6백억원 중 2백50억원을 갚겠다고 제시한 반면 채권회사측은 4백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측과 용지를 분양받은 51개 업체는 업체가 평당 12만원씩을 추가로 내 부채를 갚기로 합의해놓고 있다. 金국희 공단 업무과장은 "빠른 시일 내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