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 숲 뭉갠 '토공 난개발' 주민이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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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토지공사가 시행 중인 경기도 용인 신봉지구 택지개발 공사가 엉터리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 관련법 상 보존 대상인 자연녹지 1만여평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훼손한 산림을 원상회복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졌다. 1981년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시행된 후 훼손된 환경의 원상회복 명령은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같은 사실은 지역 주민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밝혀져 환경영향평가 관련 기관들이 주먹구구식 평가와 탁상행정을 해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주민들은 관련기관들이 담합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공사 중단〓경기도는 13일 신봉지구 3.5블록에 대해 환경영향 재평가를 실시한 환경부가 산림이 양호해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통보해 옴에 따라 공사를 중지하고 훼손한 산림 1만여평을 원상회복하도록 명령했다.

경기도는 이와 함께 신봉지구 전체 개발계획을 다시 짜 재승인받을 것을 토지공사에 요구했다.

토지공사는 현재 이 지역 숲 1만5천평 중 1만여평에서 30~50년생 상수리나무 등 6천~7천그루를 베어낸 상태다.

이에 따라 13만5천여평 부지에 3천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었던 신봉지구의 사업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 엉터리 평가〓토지공사는 1995년 건설교통부로부터 이 지역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받고 98년 금호엔지니어링에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맡겼다.

금호엔지니어링측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이 지역의 녹지등급을 개발이 가능한 6등급으로 매겼으며, 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토지공사는 이를 근거로 경기도로부터 98년과 지난 5월에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승인을 각각 받아 지난 6월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8월 15일 토지공사가 이 지역 산림 벌목에 들어가자 인근 수지2지구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끈질기게 당국의 재조사를 요구, 환경부의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경인지방환경청은 현장 조사 결과 "이 지역은 참나무과인 상수리나무가 우거져 있고 수령도 대부분 20~30년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7~8등급 지역" 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두번의 평가 결과가 엇갈린 데 대해 환경부측은 "당초 평가서를 작성한 용역회사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담당자가 동.식물이 아닌 대기 전공자여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고 설명했다.

◇ 평가서 조작 의혹〓본지 취재진이 신봉지구 산림 훼손 현장을 확인한 결과 베어낸 나무를 포함한 주변 나무 대부분이 직경 20~50㎝인 상수리나무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금호엔지니어링이 작성한 이 지역 환경영향평가서 1백94쪽엔 '리기다 소나무가 대부분(dominance)이며 일부 상수리 나무가 있다' 고 돼 있어 주민들은 토공과 용역회사측이 환경영향평가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환경평가연구원에 대해서도 현장 확인을 하지 않고 서류심사만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높다.

토공측은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 며 "문제의 지역은 택지개발에서 제외하고 녹지지역으로 보존하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잘라낸 것과 같은 수종의 나무를 심으라는 경기도의 명령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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