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의학상 3인의 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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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해 노벨의학상 수상자 3인의 업적은 우리 몸에서 가장 복잡한 신경세포의 작용기전을 단계별로 밝혀내 신경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낸 것이다.

한개의 신경세포는 수천개의 신경세포와 신호를 주고 받는데 이를 담당하는 물질이 바로 신경전달 물질이다.

아르비드 칼슨은 바로 이 신경전달 물질 중 대표적인 도파민의 작용기전을 연구했다. 그의 업적으로 파킨슨병이 도파민 부족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질환 이외에 정신분열병.우울증.자폐증.간질.마약중독 등 각종 신경.정신질환들도 바로 신경전달 물질이 지나치게 줄거나 늘어남으로써 발생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신경전달 물질은 도파민을 비롯해 40여종 이상인데 각각 수용체를 갖고 결합한다.

이처럼 신경전달 물질과 수용체가 세포표면에서 결합되면 세포내로 들어와 세포내의 2차 전달자와 작용하는 단백질 인산화 효소를 활성화한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이 인산화 혹은 탈인산화되면서 신경세포의 신호(메시지)가 전달돼 생리현상이 나타난다. 폴 그린가드의 업적은 바로 이 2차 전달자의 작용을 밝혀낸 것이다.

에릭 칸델은 바다의 연체동물인 아플리시아를 이용해 우리의 뇌가 기억과 학습을 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즉 신경전달 물질이 기억과 학습활동에 어떻게 관여하고 작용하는지를 증명한 것. 그가 저술한 '신경과학 원리' 는 현재 이 분야의 대표적인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서유헌 교수는 "이들의 연구업적을 통해 뇌신경계 질환의 원인을 단계별로 밝힐 수 있게 됐으며 단계별 이상에 따른 치료약 개발의 길이 열린 것" 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정신분열병이 도파민 기능항진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현재 치료제로 사용하는 도파민 수용체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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