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불발로 끝난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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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32강전
[제7보 (119~139)]
黑.최철한 9단 白.하네 나오키 9단

하네9단의 최후의 승부수가 독수리 발톱처럼 판의 중앙을 덮치고 있다. 백△ 두점, 이처럼 붙이고 끼우는 수는 자신도 피를 줄줄 흘리는 수라서 결정적인 노림이 아니면 둘 수 없다. 하네는 지금 백△들에 모든 것을 걸었다.

119로 단수하자 120으로 뚝 끊어놓고 하네는 문득 고개를 들어 상대를 본다. 형세가 좋은 쪽은 본시 패를 하지 않는다. 더구나 그 패가 대마의 사활과 직결될 경우 피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상대에겐 어떤 선택이 있을까.

'참고도1'처럼 잇는다면 백2로 막는 수가 절묘하다. 흑이 A에 둘 수 없다는 것은 백의 사전작업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데 최철한9단은 별 생각도 하지 않고 121로 툭 때려낸다. 끊을 테면 한번 끊어보라고 한다.

창백한 하네9단의 얼굴이 귀밑부터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참고도2'백1로 끊으면 상대는 흑2로 패를 하겠다는 얘기다. 유리한데도 대마의 목숨을 건 패를 하자고 한다. 하네의 눈이 스르르 감기는 듯 보인다. 막상 겁을 줬지만 상대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본래 패는 백도 대마가 걸려 있어 안 되는 것. 여기서 옥쇄를 할까 망설이다가 하네는 후퇴했고 흑대마는 살아가버렸다. 최후의 승부수는 불발로 끝나고 형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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