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원정대 취사담당 하관용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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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원정대에서 하관용(40.삼우 트랜스 팩)씨는 '하반장' 이라 통한다.

원정대에는 현지인 1명의 주방장과 2명의 주방장 보조가 베이스 캠프까지 동행한다. 그러나 네팔에 비해 파키스탄에는 한국음식을 제대로 하는 친구들이 없다.

그래서 하반장의 역할은 매우 돋보인다. 그의 손길을 거치는 음식은 대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돋우며 끼니 때마다 동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하반장이 음식만 잘하고 산에 대해서 문외한은 아니다. 그는 1986년에 이어 두번째로 K2를 찾았다.

당시 김병준 대장이 이끌던 대한산악연맹 원정대에서 서열은 아래에서 두번째였지만 칼질 하나로 많은 대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바 있다.

고교시절부터 인수봉에서 거의 살다시피한 그는 졸업 후 8개월여 백운산장 앞에서 텐트 생활을 하며 인수봉을 오르내렸다.

82년부터 3년 동안 인수봉 암벽 가이드 생활로 용돈을 벌었고 84년 서울시산악연맹 구조대장이었던 장봉완씨 밑에서 10여년 동안 부대장으로 활약했다.

95년 봄철 인수봉 대슬랩 근처 귀바위 밑에 있던 돌들이 해빙기를 맞으면서 밑으로 떨어져 인수봉에서 바위 연습을 하던 많은 산악인들이 중상을 입었다.

그는 당시 머리가 깨지고 골절당한 10여명의 산악인들을 구출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가 조리에 대해 조예가 깊은 것은 고교시절 누나가 운영하던 레스토랑 일을 도와주면서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잠시 미국 생활을 할 때 몇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로 주방장 보조생활을 했으며, 국내에서는 직접 한식당을 운영했다.

지난 5월 15일 11년 만에 아들을 본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인 첫딸도 89년 안나푸르나 원정 때 얻었다" 며 "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인 것 같다" 고 말했다.

"생각 같아서는 정상까지 오르고 싶지만 욕심을 접고 대원들이 편히 등반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등정을 떠날 때는 캠프Ⅱ나 Ⅲ까지 올라가겠어요. "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식당 텐트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이 한없이 크게 보였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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