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적률 축소, 후퇴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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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용도지역별 용적률 하향 조정을 골자로 입법예고 중인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에 대해 건설업계는 물론이고 일선구청과 재건축 후보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걸린 주민 입장과 세입 감소를 의식한 민선 구청장들이 지난주 서울시장을 찾아가 기존 용적률 유지를 요구하면서, 경과규정을 활용해 일반주거지역 종별 세분화 작업을 미뤄 축소 용적률 적용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설업자들은 개정안의 용적률대로라면 재건축이든 신축이든 사업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조례 개정이 제대로 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주민들의 압력과 업체의 로비가 작용해 용적률 축소폭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서울시의 개정안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시의원들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이같은 반발을 경계하며, 용적률 축소가 후퇴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본다.

서울은 포화상태에 달한 지 이미 오래다. 어디를 보나 질식할 것 같은 콘크리트 숲이다. 교통혼잡에다 통풍조차 여의치 않아 대기오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거 개발논리 일변도의 도시계획으로 마구잡이 개발이 가져온 결과다.

서울은 공급 위주의 개발정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토의 축소판이다. 이제는 도시계획 따로, 환경대책 따로인 도시행정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때다.

환경친화적인 도시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뒤늦게 바꾸려 할 때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회복 자체가 쉽지 않다.

수도권 마구잡이 개발이나 새만금 간척의 사례를 들 것도 없이 서울시가 추진해 온 남산 제 모습 찾기, 여의도 공원 녹지화, 낙산 복원 등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미래의 서울시민이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마구잡이 개발을 막아야 한다.

용적률 축소는 서울의 장래를 결정짓는 기본 틀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특정 업자나 주민의 목소리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서울시민 모두가 공평하게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환경 정의' 를 생각해야 한다.

조례안 개정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되며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일부 주민의 표를 의식한 구청장이나 시의원들의 빗나간 행태는 대다수 시민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기회에 재개발과 재건축을 남발하는 법규정도 바로잡아야 한다. 지은 지 20년도 안된 아파트를 재산상 이득을 위해 헐고 고밀도 아파트를 짓는 행위는 국가적 낭비일 뿐 아니라 도시환경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주택난이 가장 심했던 서울의 주택보급률도 93%에 이른 만큼 관련법을 고쳐 엄격히 규제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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