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라더니 쟁쨍'…기상청 잇단 오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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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구름 조금' 에 단비. '황사경보' 에 맑고 푸른 하늘. 기상청의 예보가 이상하다. 계속되는 봄가뭄에 시달린 탓인지 오보(誤報)가 잦다. 기상청은 주말인 15일 "내일은 전국이 구름 조금 끼는 날씨" 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영남.호남지방에 반가운 단비가 내렸다. 부산.대구.밀양을 비롯, 전남 남해.고흥 일원에 0.5~1.5㎜ 안팎의 비가 내려 일시적이나마 봄가뭄의 갈증을 달랬다.

이어 16일에는 주간예보를 통해 "20일 비소식이 있다" 고 전망했다. 그런데 하루 지나 17일 "18, 19일 비가 내린다" 고 예보를 바꿨다.

기상청은 1999년 3백억원짜리 SX-5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뒤 "주간.월간예보 능력이 엄청나게 향상됐다" 고 자화자찬해 왔다.

예보는 황사에 더욱 취약했다. 지난 9일 기상청은 다음날 전국에 대형 황사를 예보해 농림부가 전국 축산농가에 '황사 경보' 를 내리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황사는 서해안 일부에만 나타났을 뿐으로 전국이 쾌청한 날씨를 보였다.

이에 앞서 식목일인 5일에도 약한 황사와 '흙비(土雨)' 가 예보됐으나 실제는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를 보였다.

정작 지난 7일에는 사상 최악의 황사가 발생했지만 기상청은 "약한 황사" 라고만 되풀이하다 시민들의 문의.항의전화가 계속되자 뒤늦게 "강한 황사" 라고 정정했다.

기상청은 "황사는 육안 관측으로 이뤄져 예보에 한계가 있고, 미국 등 선진국도 그렇게 한다" 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황사는 동아시아에서만 발생하는 기상 현상으로 미국의 사례를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 고 지적한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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