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속구 '이상징후' 나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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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박찬호(LA 다저스)의 빠른 공이 예전같지 않다. 구위가 떨어지면서 공끝이 밋밋해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노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이상 조짐은 지난 20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두드러졌다. 이날 박찬호가 허용한 안타는 모두 7개. 이 가운데 5안타는 빠른 공을 통타당한 것이다. 안타가 되지는 않았지만 블라디미르 게레로.마이클 배럿 등도 빠른 공을 때려 빨랫줄같은 타구를 날렸다.

타자들은 박의 빠른 공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예전에는 박찬호의 구위에 밀려 왼손타자는 3루쪽, 오른손 타자는 1루쪽 파울볼이 많았다. 공빠르기가 타자들의 스윙 스피드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스피드에 밀린 파울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박은 74개의 공을 던져 6차례 헛스윙을 유도했으나 빠른 공은 3회 올랜도 카브레라의 헛스윙 단 한번뿐이었다.

빠른공으로 밀어붙여 한두개 파울볼을 유도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은 뒤 가슴높이의 높은 직구나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는 투구 스타일은 빠른공 투수들의 전매특허다. 그러나 최근 시범경기에서 보이고 있는 박의 투구는 이런 투구패턴과는 거리가 있었다.

체인지업은 아무리 위력적이라 해도 빠른공 투수들에게는 보조무기일 뿐이다.

이에 비해 다저스 에이스 케빈 브라운은 지난 18일 경기에서 5이닝 동안 2안타.탈삼진 5개로 무실점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때의 구위를 보였다.

지난해에도 박은 시즌 막판에야 빠른공의 위력이 살아났다. 이제 박의 올시즌 성패는 체인지업이 아닌 힘이 실린 빠른 공의 회복여부에 달렸다.

LA지사〓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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