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키워 온 검사의 꿈 검찰청 돌아보고 확신이 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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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김형록 검사(오른쪽)가 검찰청 곳곳을 구경시켜 줬다. TV에서 보던 검찰 브리핑실에 들어선 이하영양이 신기한 듯 단상을 둘러봤다. [황정옥 기자]

“저는 어릴 적부터 심장병을 앓았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해졌고 꿈도 생겼습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시던 ‘검사’라는 직업을 갖는 것이 제 꿈입니다.” 진로컨설팅 시리즈 여섯 번째 주인공인 이하영(경기도 임곡중 2)양은 “검사에 대해 알면 알수록 흥미가 생기지만 정확한 정보를 찾기 힘들다”며 신청 사연을 보냈다.

글=최은혜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성격·진로·학습 유형 탐색

이하영양은 어려서부터 검사인 작은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웠다. 하지만 막연히 ‘검사가 돼야겠다’는 생각뿐,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거의 없었다. 하영이는 먼저 전문가를 만나 검사가 되기 위한 자신의 자질과 보완점을 살펴보기로 했다.

퓨처북 R&D센터 전종희 연구원은 AP+ 검사를 통해 하영이의 성격·진로·학습 유형을 알아봤다. 검사 결과 진로 유형은 기업·예술·탐구형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방법으로 일하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 내기를 즐기는 타입이다. 지도력·설득력·언어능력이 있고 비교적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일을 선호한다. 반면 규칙을 지키지 않고 피하려는 약점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직업과는 잘 맞지 않는 부분이다. 특히 전 연구원은 사람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검사에 대해 하영이가 구체적인 정보를 찾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민선영 연구원이 직업 선택의 합리성과 직업 선호의 배경을 알아보기 위한 추가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을 통해 드러난 하영이의 직업 가치관은 자율성·발전성·전문성·경제적 안정·명예 등이었다. 민 연구원은 이런 가치관들이 검사로 일하면서 충족될 수 있는 부분들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성장 과정에서 하영이 자신이 ‘검사가 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다져왔다. 따라서 멘토와의 만남을 통해 하영이가 앞으로 부닥칠 문제들을 잘 극복하고 도전해 나갈 수 있도록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영이는 관심 진로에 대한 정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탐색해 볼 필요가 있었다. 전 연구원은 “앞으로는 대학의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뒤 로스쿨(법학 전문 대학원)에 진학해 법조계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며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선 대학 학점 및 공인영어인증시험 점수, 법학적성검사 성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직 검사와의 만남

검사가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하영이에게 서울중앙지검 김형록 검사(금융조사 3부)가 멘토가 돼 줬다. “검사는 범죄나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증거를 모아 재판에 참여하게 돼. 또 형이 선고되면 법의 집행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까지 관여하기도 하지.” 김 검사는 하영이에게 검찰의 구조와 검사의 기본 업무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검찰청의 삼엄한 경비와 철저한 보안에 다소 주눅이 들었던 하영이도 표정이 밝아졌다.

김 검사는 “검찰 내에서도 형사부·공안부·특수부·금융조사부 등 맡은 일에 따라 부서가 다양하게 나뉜다”며 “범죄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이에 대한 법도 여러 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한 경우”라며 “검사가 되면 처음에는 여러 부서를 돌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이후엔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는 검사가 될 수도 있다”고 알려줬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직접 현장에 가서 범인과 싸우기도 하나요?” 하영이가 궁금해하자 김 검사는 “실제로 범인을 잡고 현장에 출동하는 일은 경찰이 주로 하고 검사는 경찰의 활동을 지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치밀함과 꼼꼼함, 끈기가 요구되기 때문에 여성에게 적합한 직업이기도 하다는 것. 더불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의감이 검사에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소한 증거들이 하나, 둘 모여 모자이크처럼 맞아떨어지고 범죄를 밝혀내게 되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해. 하지만 반대로 강력한 심증을 갖고 열심히 조사했는데 증거가 부족해 ‘무혐의’가 되면 허탈할 때도 있단다.”

하영이는 “영어나 한자를 잘 알아야 하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김 검사는 “영어를 잘하면 국제적 업무를 맡는 등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영어나 한자 실력 때문에 일을 하는 데 지장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을 조사할 땐 법적으로 통역인이 반드시 동행하게 돼 있다”고 귀띔했다. 하영이는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아 자신이 없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며 웃었다.

김 검사는 하영이에게 거짓말 탐지기 조사실과 영상 녹화 조사실, 모의법정, 브리핑실 등 검찰청 내부의 곳곳을 소개했다.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곳 저곳을 구경한 하영이는 “더욱 뚜렷한 목표가 생기니 학교 공부도 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궁금한 것이 생기면 메일로 여쭤보겠다”고 말했다. “검사라는 직업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10년쯤 후에는 멘토 검사님의 후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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