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방탄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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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국가원수나 해외 대기업 총수, 헐리우드 톱스타들이 타는 최고급 리무진은 안전을 위해 각종 첨단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방탄장치. 이들 방탄 리무진은 철판 뿐 아니라 유리창이나 타이어까지도 총알.폭발물 등을 끄떡없이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일반 차에는 0.4㎜ 두께의 강판이 사용되는 데 비해 방탄차는 두께 4㎜ 특수 강판을 쓴다.

유리창 두께도 일반 차는 6㎜ 정도지만 방탄차는 최고 30㎜나 된다. 타이어는 펑크가 나더라도 시속 60㎞로 달릴 수 있는 런 플랫(run flat)타이어를 사용한다. 이 타이어는 펑크가 났을 때 공기가 새나가는 양 만큼을 새로 채워주는 공기주입장치를 달았다.

이런 방탄차는 옆에서 기관총을 쏘거나 수류탄을 터뜨려도 차체가 파손되지 않지만 강판.유리창 등이 두꺼워 차 무게가 최소한 3t에 이른다.

따라서 충분한 힘을 얻으려고 4천㏄급 이상의 차량을 방탄차로 개조하는 게 보통이다.

현재 방탄차 전문 개조회사는 미국.서유럽 등지에 20여개가 있다.

주로 방탄조끼.장갑차용 방탄장비를 생산하면서 주문이 들어오면 리무진을 방탄차로 개조해준다.

값은 사양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차값에 적어도 1억원 정도가 추가된다. 벤츠나 BMW는 방탄차 생산라인을 별도로 갖고 있다.

세계 최초로 방탄차를 탄 사람은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였다. 그는 1932년부터 10년간 무려 30여대의 벤츠를 방탄차로 개조해 탔다. 주로 이용한 모델은 540K와 770K 리무진이었다.

미국에서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방탄차를 가장 먼저 탔다. 그가 이용한 차는 포드 링컨 컨버터블 리무진. 12기통의 강력한 엔진을 단 이 차는 무게가 4t을 넘었고 소형 기관총까지 갖췄다.

현재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타고 다니는 방탄차는 '땅위의 움직이는 백악관' 이란 애칭이 붙어 있다. 97년형 캐딜락 플리트우드 리무진을 개조한 이 차는 현재 전세계 대통령 경호차 중 최신형이다.

청와대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공식 의전용 차로 캐딜락과 벤츠 리무진 방탄차를 보유하고 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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