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없이 쿵쾅 쿵쾅…'DDR 공해'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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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 노원구 H아파트에 사는 고원철(34.회사원)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한밤중에 위층 아이가 컴퓨터 춤 오락기인 DDR(Dance Dance Revolution)를 켜놓고 춤을 추는 바람에 '쿵쾅'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참다 못한 高씨가 항의하자 윗집 주인은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지난해말부터 불어닥친 DDR 열풍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아파트단지마다 '잠 못 이루는 가정' 이 늘고 있다.

방음이 제대로 안되는 아파트에 DDR를 설치해 이웃의 '귀' 는 아랑곳하지 않고 청소년이나 주부들이 '살을 뺀다' 며 시도 때도 없이 춤을 춰대는 탓이다.

전북 전주시 D아파트 주민 洪모(40)씨는 지난해말부터 위층(7층)의 주부가 밤낮으로 DDR를 사용하는 바람에 심각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洪씨는 "몸무게가 60㎏ 이상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주부가 DDR를 사용할 때면 어항의 물이 출렁일 정도" 라고 하소연했다.

또 전주시 R아파트 주민 金신곤(43)씨도 "오후 11시 이후에 DDR 소리가 나 이웃집과 관리실에 항의했으나 들은 체도 안한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전주시 효자동 W아파트 경비실에는 지난해말부터 DDR기기 사용을 금지시켜 달라는 신고가 하루 평균 2~3건씩 들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진교훈(秦敎勳.국민윤리)교수는 "이웃을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하다" 며 "낮에도 소음이 나지 않도록 춤판 밑에 스티로폼이나 담요를 까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한편 DDR 열풍을 반영하듯 서울 용산전자랜드에선 매장별로 청소년과 20~30대 젊은 부부층이 하루 평균 40~50개의 제품을 사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형식.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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