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아시아판 수에즈운하 남부에 건설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태국 남부 말레이반도에서 아시아판 '수에즈운하' 건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지는 남중국해와 인도양 사이를 싱가포르 해협으로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관통하는 운하 건설에 관한 보고서가 다음주 태국 정부 주최 세미나에서 발표될 것이라고 9일 보도했다.

운하건설 후보지로는 너비 56㎞에 불과한 크라 지협(地峽)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운하가 완성되면 정치.경제적 파생 효과가 엄청나다.

우선 유럽.아시아의 기존 뱃길이 1천1백㎞ 이상 단축돼 최소 이틀에서 닷새까지 운송시간이 절약된다.

대형 유조선 한척 당 3억6천만원 가량의 경비절감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해적이 들끓는 말라카해협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도 크다.

텐유호 납치사건으로 악명이 높아진 말라카 해협은 1998년 한햇동안 68명의 선원이 목숨을 잃었다.

수시로 해적이 출몰하는 죽음의 바다인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운하 건설 비용은 어림잡아 26조원이나 돼 IMF 관리체제 이후 힘겨운 살림을 꾸려가는 태국으로선 엄두도 못낼 금액이다.

최근 일본 관리들이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도쿄(東京)에 본부를 둔 재단을 통해 49억원의 기부금 모금을 공론화했다.

점증하는 해적의 위협에 대비, 중동으로부터 원유(原油)를 들여오고 서방으로 수출하는 안전한 뱃길이 필요해서다.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운하가 뚫리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일본이 투자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자금은 아직도 절대 부족이다.

또 중개 교역의 요충항으로서 호황을 누리던 싱가포르와 싱가포르에 많은 투자를 해 온 영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박경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