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양심상 그대론 어렵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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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호 01면

이명박 대통령이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 “대통령의 양심상 그 일(세종시법)은 그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가 17일 전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국익을 고려할 때 행정중심도시특별법(세종시법) 그대로 건설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속내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 당직자는 지난 7월 중순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정국 현안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세종시와 관련한 대목에서 이 대통령이 이 같은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 세종시법 속내 밝혀

이 대통령은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왔지만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최근 여권 인사들이 세종시 원안 변경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읽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07년 11월 행정도시건설청을 방문했을 때도 “저는 세종시를 명품 첨단도시가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그러나 지금의 계획을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취지와 방향을 살리면서 사람이 사는 제대로 된 도시가 되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해 보완이나 수정 가능성을 열어놓은 적이 있다.

이 당직자는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한 듯 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일이 흘러갔다간 국익에 해를 끼치는 것 아닌가 하고 몹시 걱정하는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이 대통령의 세종시 의중과 관련,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더라도 이르면 2012년 말에야 정부 부처 이전이 시작된다. 이 대통령의 임기 말이나 후의 문제”라며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국가 경영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말 또는 다음 달로 보도되고 있는 세종시 개정안 발표 시기와 관련, “충청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나가는 게 우선이지 특정 시기를 염두에 두고 일을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왜 이 이슈가 나왔겠느냐. 도저히 (이 안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염려에서 나온 것이다. (세종시 문제를 꺼내는 것은) 정권으로 봐서는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잠시 권력을 위임받았을 뿐"=이 대통령은 이날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우리 공직자들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잠시 권한과 권력을 위임받은 것일 뿐”이라며 “권한이 많을수록 더욱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래야 국민이 공감하고 진심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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