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어민 부채경감 대책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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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또다른 농어가 부채 부담 경감대책이 나왔다.

국민의 정부 들어 크게 볼 때 네 번째다.

이번 대책은 농어민들의 연대 빚보증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골자다.

줄잡아 60만여 농가와 5만여 어가가 혜택을 보게 되며 전체 연대보증액의 절반에 가까운 빚이 수혜대상이다.

물론 돈을 빌린 농어민 (主채무자) 이 빚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채무자가 대출금액의 0.2~0.4%인 보증수수료만 부담하면 그들에게 빚보증을 서준 농어민이 빚을 대신 물어야 하는 '빚보증 공포' 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래도 주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농신보가 대신 갚아준다.

농신보의 대위변제 재원은 정부재정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워준다는 얘기다.

정부로선 물론 성실하게 농사 짓고 고기 잡으면서 정상적으로 이자를 갚아온 채무에 대해서만 연대보증 고리를 풀어준다고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대상 선정 잘못, 대출만 해주고 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와 자금 회수 등에 책임지지 않는 농.수.축협의 대출관행이 초래한 병폐를 결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다.

어떻게든 버티면 정부가 해결해주더라는 인식, 즉 농어민들에게도 도덕적 해이 현상이 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같은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대상자 선정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적당히 묻어가려는 사람들을 가려내야 한다.

농림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외환위기는 농민들에게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소비부진으로 농가수입이 줄어든 반면, 고 (高) 금리 속에 영농자금 이자가 많아졌고 기름.농약.사료값 등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 결과 97년 가구당 9백16만3천원이던 농가부채가 98년 1천7백1만1천원으로 30.7%나 불어났다.

99년 4월말 기준 전체 농가의 대출잔액이 27조9천5백36억원이며, 이 가운데 연대보증 채무가 24.5%인 6조8천3백68억원이다.

이번 대책은 정책자금을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함을 새삼 일깨워준다.

지난 것은 차치하고 올해부터 2004년까지 들어갈 2단계 농업.농촌투융자가 45조원, 수산진흥자금이 6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들 자금이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제대로 관리해 비슷한 문제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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