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엔진' 영국 경제 유럽2위-고속성장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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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국이 고속으로 경제를 회복해 올해 중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게 된 가장 큰 비결은 경제.행정 구조를 개편, 철저한 경쟁논리를 사회 전반에 확고하게 심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영국 경제계가 중공업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금융.문화.디지털.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소프트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한 것도 주효했다.

◇ 구조조정 = 지난 79년 국제통화기금 (IMF) 지원 결정후 영국은 보수당 마거릿 대처 총리 주도로 노동부와 교육부를 교육.고용부로 합치는 등 행정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석탄.철강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경제운용에 확고한 시장.경쟁논리를 도입했다.

그 결과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철저한 시장.개방경제체제를 구축했고 가장 효율적인 행정체제를 가진 나라가 됐다.

◇ 금융산업 = 런던의 시티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국의 금융산업은 90년대 후반기 들어 전체 노동인구의 불과 3.5%를 고용하면서 GDP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금융산업이 이같은 거대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80년대 이후 구축된 투명한 개방경제체제에 힘입은 바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문화산업 = 영국은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은 경쟁력을 지닌 문화산업을 육성했다.

이것이 영국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되고 있는 것. 출판.방송. 영화. 팝음악.패션. 광고. 건축. 연극. 뮤지컬 등 영국의 문화산업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약 2천억파운드 (약 4백조원) 로 GDP의 20%에 육박한다.

문화산업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만도 2백만명이 넘는다.

◇ 디지털.멀티미디어 = 라라 크로프트. 95년 영국의 코어 디자인사가 개발한 툼 레이더 게임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현재 3탄까지 나온 이 컴퓨터 게임은 세계적으로 1천만개가 넘게 팔렸다.

스페인 자동차회사 광고 주인공으로 라라가 등장했고 독일 팝 비디오에 등장한 그녀는 그룹 '디 아르츠테' 의 노래가 1위를 차지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라라가 지난 4년간 벌어들인 수익만 줄잡아 10억달러가 넘는다.

영국이 디지털.멀티미디어 등 첨단 정보산업에 혼신을 쏟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웹사이트 디자인.고성능 CD롬 생산능력 향상에만 16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지난 7월말 '인터라우트 텔레커뮤니케이션스' 가 영국 정부 후원 아래 유럽 전역을 초고속 통신망으로 묶는 'i - 21' 사업을 시작한 것도 21세기 유럽 경제를 주도하겠다는 야망의 표현이다.

채인택.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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