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사상 첫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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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당초 3% 안팎으로 전망했던 올 물가상승률을 2% 안팎으로 낮춰 잡았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6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6% 떨어져 5월 ( - 0.2%)에 이어 2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말에 비해 0%,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서는 0.6% 오르는 데 그쳤다.

양쪽 다 소비자물가 조사가 시작된 지난 65년 이후 최저치다. 이제까지 상반기 물가상승률 최저기록은 87년의 1.6%였고 97~98년에는 각각 2.4%, 3.3%를 기록한 바 있다.

이용희 (李龍熙) 재경부 국민생활국장은 "본격 출하를 맞은 농산물 가격이 5~6월에 큰 폭으로 떨어졌고 환율과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수입물가도 안정됐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李국장은 "하반기에도 농산물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이변이 없는 한 물가가 안정될 것" 이라며 "연말까지 올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안팎에서 묶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물가안정에 대해 지난해 IMF 위기를 거친 특수상황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물가가 7.5%나 한꺼번에 올랐던데 따른 반락 (反落) 요인과 함께 국민소득 수준이 크게 떨어진데 따른 수요위축 요인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비용절감 노력과 대형 할인점의 확대 등 유통혁명도 물가안정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향후 물가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있는데다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도 앞으로 거세질 전망이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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