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기 대전시장, 日신문 통해 초등교 은사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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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선생님, 옛날 모습이 많이 남아있으시네요. " "제자가 큰 도시의 시장이 됐다니 얼마나 마음 뿌듯한지 모르겠네요. "

홍선기 (洪善基.) 대전시장은 23일 오전 집무실에서 '귀한 손님' 을 맞았다.

57년전 초등학교 (대전 진잠초등) 시절 은사인 오자키 아야코 (尾崎綾子.76.일본 고베시 거주) 여사가 자신의 사범학교 동창생 5명 (일본인 2명 포함) 과 함께 찾아온 것.

오자키 여사는 洪시장을 만나자마자 주머니에서 초등학교 교사 시절 학생들과 함께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 한장을 꺼내보였다.

그러자 유성온천을 배경으로 한 사진 속에 자신의 친누나 (婉基.68)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한 洪시장은 "내가 찾던 선생님이 틀림없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적을 초월한 사제간의 인연은 57년전인 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5년전인 40년 히로시마 (廣島) 여학교를 졸업한 오자키 여사는 당시 대전에 살고 있던 큰어머니를 믿고 현해탄을 건너와 공주여자사범학교 (현 공주교대)에 진학했다.

42년 졸업후 진잠초등학교 (당시 충남 대덕군)에 부임한 오자키 여사는 3년간 교사로 근무하다 8.15 해방때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번 재회의 계기는 洪시장이 97년 10월 대전시청을 방문한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하야시 사다유키 (林貞行.61)에게 "초등학교 은사를 만나고 싶다" 며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

하야시는 이같은 사실을 한 기자에게 털어놨고, 洪시장에 관한 기사가 일본 주고쿠 (中國) 신문에 실리면서 결국 주인공인 오자키 여사가 나타났다.

완기씨가 5학년 때 담임선생이었던 오자키 여사는 "가정방문 때 얼굴이 모두 잘 생긴 오누이가 도란도란 집을 지키고 있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고 회고했다.

대전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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