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급 접촉 수용…15일 판문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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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3일까지 1주일째 계속된 북한 경비정의 서해 연평도 영해침범 사태가 북한측이 북.유엔사간 장성급 접촉 (15일.판문점) 을 수락함에 따라 사태 해결의 중요한 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의 게릴라식 북방한계선 (NLL) 침범과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군 당국이 이날 오후 4천t급 구조함을 작전해역에 추가 투입하는 등 대치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13일 청와대에서 임동원 (林東源) 통일부장관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서해 사태 대응 및 장성급회담 전략 등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서해 NLL을 계속 침범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며 중대한 도발로 북한은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며 "어떤 결과에 대해서도 그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2일 제주도에서 지역인사들과 만나 "정부는 단호한 태도로 우리 주권과 국토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대처하고 있다" 며 "햇볕정책은 남북한이 화해.협력하자는 것이지, 덮어놓고 유화정책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고 역설했다.

◇ 장성급회담 수락 = 북한은 판문점 공동연락장교를 통해 유엔사가 전날 제의한 장성급회담에 동의한다고 알려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침범행위를 '정전협정 위반' 으로 간주, 유엔사측 대표를 통해 엄중 항의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3개월 만에 열리는 회담에는 유엔사측에서 마이클 던 (미국) 소장과 금기연 준장 등 4명, 북한에서 이찬복 중장 등 3명이 참석한다.

◇ 서해안 대치 = 합참은 북한 경비정 2척과 어선 8척이 13일 오전 옹진군 연평도 서쪽 NLL 아래 1.5~2.5㎞까지 내려왔다 북상했으나 오후에 다시 경비정 7척이 NLL 남쪽 2~5㎞까지 침범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8시50분 NLL 남쪽에 있던 북한 경비정 4척은 어선 5척을 남겨놓고 철수했으나 2시간 뒤 7척이 다시 내려오는 등 NLL을 무시하는 자세를 보였다.

북한 경비정은 시간대별로 2~7척이 교대로 NLL을 침범, 우리 해군의 '충돌 밀어내기' 작전이 펼쳐졌던 지난 11일과 같은 상황을 계속 연출했다.

해군은 북한 경비정 추가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고속정 10여척을 근접 배치한 데 이어 돌발상황에 대비, NLL 이남 40㎞ 해역에 배치했던 제2함대 소속 초계함.호위함에다 4천t급 구조함을 추가 배치했다.

그러나 이날 북한 경비정을 쫓아내기 위한 군사적 조치는 없었다.

한편 이수용 (李秀勇) 해군참모총장은 연평도 주둔부대와 해군 고속정 등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해군 전탐 (戰探) 감시소에서 북한군 동향을 보고받았다.

◇ 정부 대책 = NSC 상임위는 NLL 무력화를 노려 이번 사태를 일으킨 북한이 북.미간 대화로 해결을 시도할 것으로 판단, 유엔사측과 긴밀한 협의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베이징 (北京) 비공개접촉 채널을 통해 북한측과 대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차관급회담 (21일) 준비와 대북 비료지원.금강산 관광은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 비료지원.금강산 관광 = 북한에 지원할 비료 6천t을 싣고 10일 밤 해주항에 들어갔던 광양33호는 하역을 무사히 마치고 12일 밤 귀환했다.

또 추가지원분 5천t을 실은 선듀크호가 13일 남포항에 들어갔다.

현재 북한 장전항에는 관광객과 승무원.현대 기술자 등 2천3백여명과 관광선.공사선박 21척이 체류 중이다.

이양수.최상연.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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