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장관 유임'에 침울한 국민회의…해법없어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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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태정 (金泰政) 장관 유임' 결정 이후 여권의 표정은 크게 "어쩔 수 없다" 와 "무모하다" 로 갈린다.

특히 여론을 민감하게 의식하는 국민회의쪽에 이번 결정에 대한 회의 (懷疑)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유임을 지지하는 측에도 곤혹스러움이 깔려 있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金장관 유임을 반대하는 여론이 많다 할지라도 일단 결정된 이상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그럴 거라면 애당초 그런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3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으로선 많은 것을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을 것" 이라며 "여론조사 결과가 나쁘게 나온다고 해서 결정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여론조사 결과만 따르는 스타일이었다면 경제위기 극복도 어렵지 않았겠느냐" 며 "金대통령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반대자들을 설득하며 밀어붙이는 스타일" 이라고 부연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청와대 관계자들은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언급 자체를 피하면서도 속으로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아침 김중권 (金重權)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 여론조사 담당 비서관이 참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청와대는 곧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기존 결정엔 변화를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단지 참고자료로서 홍보에 활용키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청와대보다 대통령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국민회의는 침울하고 심각하다.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을 비롯한 당 간부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金대행은 유임결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지도부는 급격하게 달아나고 있는 민심을 붙잡아야 한다고 인식하면서도 뾰족한 해법이 없어 답답해 한다.

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은 "괴롭다. 당에서도 엄청나게 괴롭게 생각한다" 며 오히려 "특단의 방안이 있느냐" 고 기자들에게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의 심기를 간파했는지 金장관 자퇴 유도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퇴진할 수밖에 없는 기류를 인정하면서도 내놓고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또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현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강경함이 감지된다.

김옥두 (金玉斗) 지방자치위원장은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민심을 따른다고 해서 국정이 안정되지 않는다.

차라리 민심과 똑 같지 않더라도 원칙을 지켜나가면 장기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고 했다.

이연홍.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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