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가이스터즈'한·일 공동제작·동시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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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일본의 하청구조 속에서 맴돌던 우리 애니메이션 업계에도 새 바람이 불 것인가.

국내 제작진이 주도해 만든 26부작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가이스터즈 (GEISTERS)' 가 '애니메이션 왕국' 일본 진출에 성공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체면을 세웠다. 이 작품은 내년 4월께 사상 처음으로 MBC와 일본의 TV도쿄에 동시방영될 예정이다.

3D컴퓨터 그래픽과 디지털 페인팅으로 제작한 가이스터즈는 22세기 혜성 충돌로 네 조각 난 지구를 배경으로, 선택받은 인류의 대륙 '드비어스' 와 버림받고 돌연변이가 된 '시올족' 그리고 생물병기 '크리쳐' 간의 처절한 싸움을 실감나게 묘사한 작품. MBC 프로듀서 출신으로 지난해 8월 프레임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장종근 (38) 사장이 스토리 구성에서부터 기획.제작을 총지휘했다.

"이 작품 속에는 기성세대의 억압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의 감정이 녹아 있으며, 종족간의 처절한 사투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이유와 휴머니즘을 나타내려 했다" 는 게 장사장의 설명.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제작 분야에서 한일 협력은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기획을 일본이 주도하고 임금 수준이 낮은 한국은 밑그림을 그리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가이스터즈의 경우에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프레임엔터테인먼트가 주도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일본 진출에 성공한 것은 'M.S.C.D (Multimedia Soft Contents Development)' 라는 독특한 제작 방식이 주효했기 때문. 이 방식은 단순히 자본을 결합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합작 주체들이 마케팅.기획.제작 등 역할 분담을 전제로 참여하는게 특징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프레임엔터테인먼트는 제작.기획과 국내 마케팅을 맡았고 일본 광고대행사 도큐에이전시는 일본 및 세계시장 마케팅을, 일본 애니메이션 기획사 P&B (Public & Basic) 는 일본측 기획을 맡았다.

이 작품에 투입되는 총 제작비는 약 50억 원. 3사 분담금 외의 모든 자금은 일본에서 조달했다. 마케팅 부문을 맡고 있는 김재중 이사는 예상되는 수익에 대해 "콘텐츠 산업에서 예상수익을 미리 점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며 "한국과 일본 내 TV방영과 비디오 판권 수입 만으로도 제작비는 빠지며 히트하면 캐릭터.게임 등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고 말했다.

프레임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미국 PBS방송국에 애니메이션을 공급하고 있는 'AG프로닥션' 의 지분 50%를 인수해 본격적인 미국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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