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수영 변혜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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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가출과 방황, 한국신기록 수립으로 대표팀 복귀, 방콕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약물파동으로 선수자격 정지…. '국내 여자수영 평영의 1인자' 변혜영 (16.대전체고) 의 수영인생은 10대로서 감당하기 힘들 만큼 좌절과 시련으로 얼룩져 있다.

대전 대흥초등학교 2년 때 수영을 시작한 변은 대전여중 1년 때인 96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97년 50m (32초87) 와 2백m (2분29초82)에서 한국기록을 경신하며 자신의 시대를 화려하게 열었다.

그러나 개성이 강한 변은 태릉선수촌의 스파르타식 훈련에 순응하기 어려웠다. 성적부진은 50여일간 가출로 이어졌고 급기야 선수촌까지 박차고 나와버렸다. 기나긴 방황이 계속됐지만 변에게 있어 수영은 삶의 전부였기에 물과의 모진 인연을 끊지 못했다.

지난해 7월 평영 1백m에서 1분10초72로 한국신기록을 수립, 화려하게 대표팀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순간이었다.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꿈을 키우던 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먹었던 감기약이 불행의 씨앗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핑테스트에서 이뇨제가 검출돼 방콕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하고 선수자격정지라는 족쇄를 매단 채 대전으로 쓸쓸히 내려갔다.

아시안게임에서 동갑내기 조희연 (서울체고) 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변은 그동안 흘렸던 땀을 생각하며 많은 눈물을 쏟았다.

그런 그녀에게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대한수영연맹이 변의 기량과 잠재력을 인정, 지난 1일 그녀를 억눌렀던 선수자격정지를 풀어준 것이다.

"힘들었던 과거는 잊어버리고 빨리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 변혜영은 내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도약의 무대를 펼치기 위해 오늘도 대전시립수영장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대전 =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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