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폴라존스 사건서 '법정모독' 판결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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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전투기들이 유고에 폭탄세례를 퍼붓고 있는 동안 빌 클린턴 미 대통령 부부는 안방에서 스캔들의 공습을 받고 있다.

르윈스키나 화이트워터 등 과거 스캔들의 여진 (餘震) 이긴 하지만 그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 클린턴 대통령 = 르윈스키 스캔들에 종지부를 찍기를 간절히 바라온 클린턴의 희망을 고향땅의 한 여성 판사가 여지없이 꺾어버렸다.

클린턴이 주지사로 있던 아칸소주 리틀록 소재 연방법원의 수잔 웨버 라이트 판사는 12일 클린턴이 폴라 존스 성학대 사건에서 거짓증언함으로써 법정을 모독했다고 판시했다.

클린턴이 지난해 1월 '폴라 존스 사건' 증언에서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전면부인했다 나중에 '부적절한 관계' 를 시인한 것은 위증으로 사법절차를 방해한 법정 모독에 해당된다는 것. 라이트 판사는 클린턴의 법정모독 사실을 아칸소주 대법원 직업윤리위원회에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가 변호사로서 '비행' 여부를 심사해 징계를 결정하면 클린턴이 퇴임 후 변호사 업무를 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라이트 판사는 사건과 관련된 자신의 워싱턴 출장비 1천2백2달러를 지불할 것을 명령했다.

판결에 따라 폴라 존스측도 추가 비용을 클린턴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됐다.

클린턴은 2월 사건 마무리를 위해 존스측에 보상금 85만달러를 지불키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돈보다도 클린턴을 가슴아프게 하는 것은 그가 법정모독을 저지른 유일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는 점이다.

대통령뿐 아니라 고위관리들에게 법정모독 판결이 내려지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최근 인디언신탁기금과 관련, 브루스 배비트 내무장관과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법정모독 판결을 받긴 했지만 그것은 업무와 연관된 것이었다.

클린턴처럼 개인적인 비행을 숨기려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워싱턴 정가는 이번 판결이 클린턴에게 스캔들 자체보다 더 큰 도덕적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 힐러리 클린턴 = 상원의원 출마를 고려 중인 힐러리 여사 역시 화이트워터 스캔들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이트워터 스캔들은 대출과 관련한 부동산 개발 사기사건. 클린턴 부부가 연루의혹을 받아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 조너선 부시는 12일 힐러리가 출마하면 화이트워터 사건에서 거짓말을 한 사실 등 부도덕한 면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힐러리는 관련 서류를 백악관에 2년 동안 숨겨둔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문제들이 선거쟁점이 되면 결국 상처만 입고 이미 검증이 끝난 공화당 소속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에게 패배하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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