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반값"30여곳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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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L사 수출담당 조모 (34) 대리는 국제전화를 걸 때 휴대폰으로 한다. 001. 002 등 기존 유선전화보다 번호를 두어개 더 누르긴 하지만 통화료는 절반 가까이 싸기 때문.

조씨는 "통화의 질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이용에 별 문제는 없는데다 값도 싸 회사에서도 장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기존 유선전화는 국제전화 통화료가 분당 7백원 안팎 (미국 기준) 인데 비해 별정통신업체는 3백원대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1조2천억원 규모의 한국 국제전화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SK텔링크.나래텔레콤 등 별정통신업체들이 외국 통신업체와 손잡거나 아니면 독자적으로 '가격파괴' 를 무기로 한국통신.데이콤.온세통신이 주도해온 국제전화를 급속도로 파고드는 것이다.

별정통신업체는 국제 회선업체들로부터 전화 회선을 값싸게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현재 국내에 30여군데가 성업중이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통신의 지난해 국제전화 매출은 7천9백억원으로 97년보다 무려 30%나 줄었다.

데이콤도 같은 기간 매출이 6% 줄어든 2천6백억원에 머물렀고 97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온세통신은 지난해 1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백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지난해 초부터 차례로 사업을 시작한 SK텔링크.나래텔레콤.원텔.아이네트텔레콤 등은 9백60억원의 매출을 기록, 한국 국제전화시장에서 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통화량 점유율을 보면 지난해 4월 1.1%에서 6월 2.7%, 8월 8.5%, 10월 15.1% 등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별정통신 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업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시장잠식 속도가 엄청 빠르다" 고 분석했다.

외국 통신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활발하다. AT&T는 SK와 합작, SK텔링크를 시작했고 일본 KDD는 다음달부터 국내 벤처기업인 프리즘을 통해 한국에서 국제전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일본전신전화회사 (NTT).USA톡스.월드컴.홍콩텔레콤 등도 국내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외의 도전이 거세지자 기간 통신업체들은 기존 서비스와는 별도로 별정통신업체들과 연계한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데이콤의 경우 최근 이동통신업체와 연계, 종전보다 값이 훨씬 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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