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파동]충격 휩싸인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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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전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수임비리사건 처리 막바지에서 27일 터져나온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의 폭탄성명으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검찰 수뇌부가 하루만에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검찰은 우선 沈고검장의 행동을 '비리 연루자가 막다른 골목에서 취한 하극상' 으로 규정짓고 조속히 '면직' 을 위한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28일 오전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항명' 으로 정식 규정한 데 검찰 수뇌부는 크게 고무된 눈치다.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이 사태 발생 하루만인 28일 오후 沈고검장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沈고검장의 성명내용에 동조하는 일부 여론과 검찰 내부 분위기에 대해서도 "대전사건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몰고온 불상사" 란 논리로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의 '제식구 봐주기' 식 수사에서 벗어나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비리 혐의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자 도저히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沈고검장이 비도덕적인 돌출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윤성 (金允聖) 대검 공보관은 "이번 사건이 오히려 검찰 수사가 투명하고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봐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뇌부의 퇴진을 요구한 沈고검장의 성명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지지를 표시하고 나서는 등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어 정부로서도 부담요인이다.

따라서 沈고검장에 대한 징계절차와 대전사건 수사가 마무리된 뒤 검찰 수뇌부에 대한 개편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또 沈고검장 외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미 사표를 제출했거나 사표제출을 종용받고 있는 검사장도 3명에 이르러 분위기 쇄신을 위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검찰 수뇌부가 沈고검장의 행동을 이같이 규정한 이상 대전 李변호사사건 수사는 한층 더 강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은 28일 공보관을 통해 "검찰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철저한 수사와 함께 관련자들을 엄정히 처리하겠다" 며 "검찰 내부 의견과 국민여론중 나는 철저히 국민여론에 따를 것" 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金총장은 이어 총장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주장 및 검찰내 일부 여론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벌인 뒤 수사결과를 가지고 심판받겠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沈고검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3명 등 검사 14~15명에 대한 사표 종용작업이 더욱 가속화되고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수사 발표시 관련자들의 비리내역이 상세히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떡값과 전별금.향응제공 등 과거의 관행을 발본색원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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