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 대출금리 더 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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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중금리가 계속 떨어지는데도 은행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아 돈을 빌려쓰는 기업이나 개인들의 불만이 높다.

은행들은 올들어 마지못해 대출금리 인하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인하폭이 워낙 미미한데다 이미 대출받은 사람들은 해당이 안돼 고객들의 원성은 여전하다.

마침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금융기관의 지나친 예.대 (預.貸) 마진은 시정돼야 한다" 며 경제장관들에게 이 점을 철저히 검증해 합리적으로 처리토록 지시했다.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지난해 11월중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4.5%포인트다.

일본은 0.9%포인트, 대만은 2.8%포인트여서 수출경쟁이 안된다는 무역업계의 하소연이다.

은행들은 예대마진폭을 현재보다 축소하면 경영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대출금리가 얼마나 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리는 보통 시장금리와 은행금리.체감금리의 셋으로 나눠 얘기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가 시장금리다.

이는 시중에 돈이 많아지면 자연 내려간다.

은행금리는 은행이 수신 및 대출 때 적용하는 금리다.

대출금리는 최우량기업에 적용하는 프라임 레이트에다 기간과 신용도에 따라 가산금리가 추가된다.

시장금리가 낮아졌다 해도 실제 은행창구에서 적용받는 대출금리는 생각보다 높다.

게다가 예금금리의 경우 이자의 22%를 세금으로 떼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금리의 격차는 훨씬 커진다.

또 은행들은 금리가 내림세를 보일 때 예금금리는 재빨리 낮추면서도 대출금리는 몇달을 두고 천천히 내리는 경향이 있다.

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은행의 기존 대출고객들은 대부분 지금도 연15~17%의 고금리를 물고 있다.

더구나 금리인하 혜택이 신용이 높은 우량 대기업들에 집중되는 상황이다.

기업 및 가계의 숨통을 트고 경기회복 촉진을 위해서도 대출금리는 더 내려야 한다.

물론 은행측도 할 말은 있다.

예대마진율이 높다지만 예대업무 취급에 따른 경비와 대손 (代損) 율을 뺀 실질마진율은 마이너스라고 주장한다.

대출자산 부실화에 따른 손실이 급증해 예금과 대출영업에서 실제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부실경영으로 인한 손실을 대출고객들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일반에 설득력이 없다.

은행들은 지난해 3~4월 집중적으로 끌어모은 고금리예금들 때문에 대출금리를 내리지 못한다지만 이들 예금은 올 상반기중 대부분 만기가 돼 곧 대출금

리 인하 여력도 생길 전망이다.

경기회복과 원화의 지나친 절상을 막기 위해서도 저금리정책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금융기관들의 자산운용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측면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기업 및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고 부채상환능력을 높여주는 쪽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회복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은행들의 전향적인 조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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