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조비리 파문]'또 터졌다' 법조계 발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전 법조 비리사건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의 사건 수임 비밀장부가 폭로되자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가져올 폭발력을 인식하면서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경실련.참여연대.한국노총 등 시민.노동단체들은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근본적인 사법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 법조계 = 법원.검찰.변호사업계는 1년전 법조계를 뒤흔들었던 의정부 판.검사 비리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며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의정부 이순호 (李順浩) 변호사의 사건 수임비리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법조계 비리사건과 매우 유사하지만 문제의 비밀장부에 금품수수 및 알선의혹이 있는 현직 판.검사들의 실명이 들어있어 보다 큰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착수에 시일이 걸렸던 의정부사태와는 달리 문건이 언론에 폭로된 직후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이 철저수사를 지시하고 대법원.변협이 즉각적인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 것이 이번 사건의 파장을 가늠케 해주는 대목. 수사에 착수한 대전지검도 "폭로된 비리내용이 너무 상세해 해명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고 밝히고 있다.

현재 李변호사는 금품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폭로자인 사무장 金모씨도 잠적해 수사가 보다 진행돼야 진상이 드러나겠지만 이번 사건은 우선 법조계 비리가 일부 문제있는 법조인만의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퍼져있는, 구조적이고 광범위한 현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무장에게 1년 가까이 협박당하다 폭력혐의로 사무장을 고소하기도 한 문제의 李변호사가 10년 이상 엘리트 검사생활을 해온 인물이라는 점도 충격적이다.

의정부사건 당시 판사 출신인 변호사가 적발되자 검찰은 "수사기관인 우리는 깨끗하다" 고 누차 주장했었다.

지난해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은 바 있는 법조계로서는 이번 사건에서 의정부 이상의 타격을 예상하고 있다.

의정부사건의 경우 서울지검 특수부가 2개월여 전면수사를 벌여 판사 15명. 검사 9명의 사건알선.향응 및 금품수수 등을 적발했으나 액수가 적다는 이유 등으로 전원 불기소처분하고 사표.징계 및 전보 등에 그쳤었다.

◇ 시민단체 = 경실련은 8일 "지난해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사건수임 비리 의혹이 일고 있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며 "검찰은 관련자 전원을 철저히 수사해 모든 의혹을 밝혀야 한다" 고 요구했다.

참여연대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법조비리' 란 제목의 성명서에서 "이번 사건은 총체적인 법조비리의 전형으로, 보다 근본적인 법조계 개혁이 절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특별조사단 구성과 특별검사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정의 수호의 마지막 보루인 법조계가 오히려 사회의 마지막 개혁대상으로 전락했다" 고 비판했다.

김정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