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선배와의 대화] 삼성전자 김용훈씨 “1·5·10년 뒤를 그려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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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김용훈 책임이 구직자를 상대로 강의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가고 싶은 회사를 정할 때 꼭 고려해야 할 것은 연봉이나 업무강도가 아닙니다. 이런 것들은 지금이 아니라 50대 이후에 생각할 문제입니다. 지금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염두에 두고 회사를 선택하세요.”

지난달 28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 L1 세미나실에서 ‘취업 선배와의 대화’가 열렸다. 강사는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마케팅1그룹의 김용훈 책임(과장급). 2000년 삼성전자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뒤 회사의 지원으로 해외 유명 MBA를 취득하고 현재는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는 10년차 삼성맨이다.

그는 이날 ‘The Talent Which Samsung needs’를 주제로 90여 분 동안 취업 후배들 앞에 섰다. 그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50여 명의 취업 준비생에게 ‘1년, 5년, 10년 후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기에 앞서 긴 안목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정해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이다. “제대로 된 목표와 계획이 없다면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회의감에 젖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목적의식이 있는 직장생활의 예로 최명재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을 꼽았다. 젊은 시절부터 ‘학생들이 다니기 좋은 이상적인 학교를 만들자’는 꿈을 가졌던 최 전 회장은 은행원과 택시기사, 운수회사 대표를 거쳐 1987년 파스퇴르유업을 설립했고 96년에는 69세의 나이로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세운 인물이다.

그러면서 김씨는 “제대로 된 목표를 세우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건 자신이 지원하려는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에 입사하기 전부터 어느 사업부, 어떤 부서, 어느 파트로 갈지까지를 선배 등을 통해 미리 파악해 놓았다고 했다. 신입교육을 마치고 부서 배치 시에도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밝혔다. 그래야 회사 안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체계적인 경력·이직관리가 가능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김씨는 “삼성전자 취업을 위해선 도전정신과 창의성, 그리고 어학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고, 또 애플의 아이팟처럼 기존 기술을 활용해 신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성과 영어·중국어 등 어학 실력을 갖춘 인재라면 삼성전자의 문이 쉽게 열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최고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구직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마케팅 분야 지원 시 필요한 자질 ▶이공계 전공자로서 삼성전자 입사에 가장 필요한 점 등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김씨는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케팅은 소비자 집단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한 지식을 쌓아야 하고 이공계 출신들은 전공 분야 전문지식이 특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배윤희(23)씨는 “그동안 취업 자체에만 신경을 썼지, 취업 이후 어떤 모습으로 직장생활을 할지까지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글=이수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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