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위한 5가지 ‘하지 마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7호 35면

‘노벨상을 받는 방법(How to win a Nobel Prize)’.
솔깃했다. ‘노벨상 비법’을 강연하겠다는 사람이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에사키 레오나(84·일본) 박사였기 때문이다.

기자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한 주를 보냈다. 그것도 한꺼번에 7명과. 2~8일 일본 쓰쿠바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C)’에서다. <중앙sunday 8월 9일자 1, 5면>

1957년 물리학상 수상자인 양전닝(楊振寧·88) 박사부터 지난해 물리학상 수상자인 고바야시 마코토(65)까지 ‘7인의 노벨상 수상자’에게 아시아의 젊은 과학도 200명은 열광했다. 하지만 가장 호기심을 자극한 건 역시 에사키 박사의 ‘노벨상 받는 방법’이었다.

그가 밝힌 비법은 다섯 가지. 이른바 ‘에사키의 하지 마라 5원칙’이다.
원칙 1. 경험에 얽매이지 마라
대부분의 과학자가 30대 때의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젊을 때는 사회적 관습이나 지나간 과거에 덜 얽매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도약할 수 있다.

원칙 2. 권위자에게 의존하지 마라
위대한 교수를 가까이 하면 그 대가로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젊은이 특유의 자유로운 정신을 잃을 위험이 있다. 노벨상 수상자의 제자가 노벨상을 받기 힘들다.

원칙 3. 불필요한 것을 붙들고 있지 마라
인간의 뇌는 25와트 컴퓨터 정도다. 선사시대에 비해 정보처리 속도나 용량이 엇비슷하다. 뇌에 입력되는 정보를 계속 삭제해가며 꼭 필요한 것만 저장해야 한다.

원칙 4. 부딪히는 걸 피하지 마라
싸움을 해야만 할 때도 있다. 때로는 자신의 입장을 앞세우고 스스로를 방어해야만 한다.

원칙 5. 호기심을 잃지 마라
어린 시절의 호기심은 상상력의 필수 요소다. 상상력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낸다.

에사키 박사의 다섯 가지 원칙은 사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한 원칙이다. 그는 노벨상 수상의 원천을 창의력이라고 설파했다. “창의력을 기르려는 사람에게 이런 원칙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기자는 대만의 리위안저(李遠哲·73, 86년 노벨 화학상) 박사에게도 운 좋게 ‘노벨상 비법’을 전수받았다. 소파에서 휴식하던 그를 만나 30분 동안 일대일로 가르침을 받았다. 리 박사의 비법은 무엇이든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다. ‘정답’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리 박사는 “스스로 분석해 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정불화의 원인이 될 정도라 한다. “아내 말도 일단 혼자서 분석한 뒤에야 받아들이니까 ‘날 못 믿느냐’며 화를 내죠.(웃음)”

‘뭐든지 스스로’는 그의 인생 비법이기도 하다. 리 박사는 “고교 1학년 때 내 인생의 주인(master)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 뒤 내 인생은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아무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뭐든지 스스로 결정하니까 공부하는 자세부터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2011년 ASC는 한국에서 중앙SUNDAY·기초기술연구회 주관으로 열린다. 아직 우리나라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한국인 수상자가 ‘노벨상 비법’을 전할 날을 기다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