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기적을 향해, 영일만 돛을 올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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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월은 흘렀다. 다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포항이 ‘제2의 영일만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는…. 8일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4선석)를 열어 동북아의 물류중심 도시로 변신을 시도한다는 내용이다. 세계적 철강도시라는 명성에 ‘국제물류 도시’라는 이름을 보탠다니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개항하는 날 나도 한 달음에 달려갈 것이다. 그 자리에서 ‘영일만 친구’를 목청껏 부를 참이다.

3일 포항 영일만항에 천경해운 소속 컨테이너선 ‘스카이 프라이드호(962TEU급)’가 처녀 입항, 항만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컨테이너를 내리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나의 노래 중에 ‘형산강’이 있다. 6·25 전쟁 때 나라를 위해 형산강에 피를 뿌린 학도병의 넋을 기리는 노래다. 작은 누님이 글을 썼고, 내가 곡을 지었다. 안타깝게도 이 노래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그 형산강과 영일만이 만나는 동빈동에 작은 항구가 있다. 개발 과정에 오염돼 악취를 풍긴 동빈항도 수변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항구에 곤돌라를 띄워 한국의 나폴리로 만들겠다니 가슴이 설렌다.

나는 포항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포항과 묘하게 얽혀 있다. 최백호를 키워 준 노래 ‘영일만 친구’가 그렇고, 포스코를 세운 박태준 전 회장의 고향에서 내가 태어났으니 말이다. 또 하나 있다. 올해 시승격 60주년을 맞은 포항의 나이와 내 나이가 같다. 이만하면 나도 영일만 친구 아닌가.

노래 ‘영일만 친구’의 주인공이자 시인이던 친구는 세상을 떠났다. 그 친구는 갔지만 포항은 다시 돛을 높이 올리고 제2의 기적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그 역동적인 역사의 한 가운데 내가 서 있다. 영일만 친구로서, 포항 사람으로서….

자! 나가자! 거친 바다를 달리자! 우리의 영일만 친구들아!

글=최백호(가수)


■1950년 부산광역시 기장군 출생

■ ‘내마음 갈곳을 잃어(76년)’ ‘영일만 친구(79년)’ ‘낭만에 대하여(95년)’ 등 히트

■SBS라디오 ‘낭만시대’ 진행 중

■ MBC 신인가수상, KBS 10대 가수상(77년), MBC 10대 가수상(83년), 대한민국영상음반대상 골든디스크부문 본상, KBS 가요대상 작사상(96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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