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피보험자 서명 못 받은 보험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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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민사20부는 29일 D보험사가 "보험 모집인이 실적을 올리려고 피보험자의 동의 없이 가입한 보험은 무효"라며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들의 보험금 7500만원을 받은 정모(66.여)씨를 상대로 낸 소송(부당이득금 반환)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망한 정씨의 아들은 D보험사의 보험 모집인으로 있던 누나 김모씨의 동료를 통해 보험에 가입됐다.

김씨가 일하던 영업소의 팀장인 한모씨는 1999년 11월 김씨의 남동생의 이름으로 보장보험을 계약한 뒤 자신의 돈으로 1회분 보험료 4만1000원을 냈다. 당시 보험계약 청약서 작성은 물론 자필 서명은 모두 같은 영업소 직원이 했다. 그러나 보험계약을 한 지 불과 7일 만에 김씨의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숨져 유일한 법정상속인인 어머니 정씨가 보험금 7500여만원을 받게 됐다. 뒤늦게 보험계약 경위를 알게 된 D보험사는 "피보험자의 청약 의사가 없이 이뤄진 계약이므로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따라서 보험 계약자는 청약서에 반드시 자필 서명을 해야 하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대리 서명 등을 할 경우에는 위임장 등 계약에 동의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재판부는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보험가입 의사가 없었다고 보이므로 피고는 보험금을 반환하라"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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