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씨가 후원할 의원 직접 지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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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연차(64) 전 태광실업 회장이 2008년 4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후원금 지원 대상 국회의원을 직접 지목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한나라당 김정권(김해갑) 의원 속행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박 전 회장의 측근 정승영 전 정산개발 사장은 “총선을 앞두고 박 전 회장이 후원 대상 의원을 직접 거명해 (내가) 명단을 작성한 뒤 최종 결재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지원 대상 의원 명단에 대해서는 “기소되지 않은 사람도 있고 후원금 한도가 차서 전달하지 못한 사람도 있으며 ‘보내지 마라’고 해서 현금으로 전달한 사람도 있어 말하기 부담스럽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김 의원 측 변호인이 한나라당 의원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 전 사장이) 친동생을 통해 후원금을 전달하도록 지시했느냐”고 추궁하자 이를 시인했다.

정 전 사장은 후원금 조성 경위에 관해 “박 전 회장의 부재 시를 대비해 개인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돈이 7억원가량 있었다”며 “박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3억원을 인출한 뒤 정산개발 금고에 넣어뒀다가 후원금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 아는 10여 명의 인맥을 통해 지역별로 후원금을 전달했다”며 전달 방법도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정 전 사장 등 4명 명의로 낸 2000만원의 후원금이 실제 박 전 회장 돈이란 사실을 김 의원이 알았는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 전 사장은 “박 전 회장과 김 의원의 관계가 껄끄러워 전달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이름과 금액을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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