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 집행부에 등돌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현대자동차 노사 합의안이 1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됨에 따라 현대자동차 사태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조합원들의 부결투표 결과가 지난 24일의 노사합의서에 대해 기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원의 63.58%가 노사합의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은 노조집행부로서도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조합원들이 이처럼 합의서에 등을 돌린 것은 한마디로 장기농성과 파업으로 얻은 소득이 별로 없다는 현장의 상실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리해고 철회라는 당초 주장을 살리지 못한 채 2백77명을 자신들의 손으로 내몰게 됐다는 점, 그러면서도 1천2백61명은 무급휴직으로 1년6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직장을 떠나야 하는 등 수확이 별로 없었다는 불만감이 팽배했던 결과다.

반면 노조는 ▶2천6백여억원 상당의 임금삭감 ▶98년 임금동결 ▶향후 무분규 선언 등 한마디로 고통전담밖에는 얻은 게 없다는 것이다.

사무직마저 생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임금삭감과 가중된 희망퇴직 압력에 불만을 품고 대거 부결에 가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집행부 교체여부 등을 둘러싸고 당분간 내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며, 다음 집행부가 노조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회사에 재협상을 요구해올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회사나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 는 마지노선을 쳐놓은 상태여서 노조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는 자칫 물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동재.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