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농구 원년MVP 주부스타 정은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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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앞으로 2~3년은 더 뛸 수 있어요. " 18일 끝난 한국여자농구 (WKBL) 여름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 (MVP) 로 뽑힌 '주부선수' 정은순 (27.삼성생명) .그러나 원년 MVP만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다.

줄곧 정상의 길만 골라 디뎌온 정은순에게는 프로농구 무대가 또 다른 도전의 기회로만 느껴질 뿐이다.

더 뛸 수 있다는 2~3년동안 정은순은 정상의 자리에서 비켜설 마음이 조금도 없다.

이번 대회에서 정의 활약은 눈부셨다.

경기당 20.5득점, 12.63리바운드, 3.63어시스트. 전성기의 박찬숙을 연상케 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3년 후배인 정선민 (신세계) 의 도전이 거셌지만 노련미에서 상대가 안됐다.

정은순은 뛰어난 기량 외에 강인한 정신력으로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정은 지난 5월 유도인 장재호 (31) 씨와 결혼,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어야 할 시기에 묵묵히 비지땀을 흘려왔다.

가공할 위력으로 코트를 휘어잡은 정은순은 MVP상패를 받아든 후 비로소 새댁다운 속내를 보였다.

정은 "기쁨을 그이와 함께 나누고 싶다" 며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장씨는 얼른 달려와 박수를 보내줬다.

정은순의 갈길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여자농구의 '역사' 가 되려는 정에게는 '자기와의 싸움' 이라는 멀고도 힘겨운 길이 남아 있다.

그러나 정은 종점까지 걸어갈 자신이 있다.

기량면에서 정은순을 능가할 센터가 아직 없는데다 고통스런 여름을 이겨내고 팀의 우승과 MVP를 동시에 달성한 경험이 고스란히 쌓여있기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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