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임꺽정' 방영권 소유자 3자대립…KBS방영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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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KBS는 문화관광부에 '임꺽정' (90분 5부작) 의 방영승인을 신청했다. 허가가 나면 북한 극영화가 최초로 TV에서 방영되는 의미가 있다.

그간 북한 영화는 북한 관련 프로에서 일부분이 소개되는 정도였다.

'임꺽정' 은 조선예술영화촬영소 산하 왕재산창작단이 89년 만든 것으로 인민배우 최창수가 주연을 맡았다.

안기부의 검토결과는 '방영 OK' .그러나 KBS측에 필름을 넘겨준 A프로덕션 외 두 군데서 '한국내 방영권' 을 주장하는 바람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하나는 재미교포 K씨. 서류상 A사는 K씨로부터 방영권과 테이프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K씨는 방영권을 넘기지 않았으며, A사가 문화부에 낸 근거서류를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A사는 "북한과의 접촉에 K씨가 심부름을 했을 뿐" 이라며 방영권 소유논란은 무효라고 말한다.

'서류위조' 란 K씨가 애초 약속보다 대가를 더 받아내려고 하는 말이라는 것. 여기에 또 다른 프로덕션 B사가 "북한의 남한 접촉창구인 아시아태평양위원회와 계약을 맺었다" 며 소유권을 주장해 사정은 더 복잡하다.

A사와 K씨의 계약상대인 '목란비데오회사' 와는 별도 창구로 소유권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서류상 A사 (K씨) 의 수입가는 1만5천달러, B사는 다른 영화의 수입과 다큐멘터리 공동 제작등을 포함해 50만달러다.

하지만 B사의 계약서에는 임꺽정 방영등 몇가지 사업을 아태위원회 제안하는 식이어서 계약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

문화관광부는 방영권 소재가 명확해질 때까지 승인을 보류한다는 입장. '임꺽정' 의 방영은 그래서 자꾸 표류할 뿐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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