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중국공산당 생일 맞아 대대적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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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이 1일 창당 88주년을 맞았다. 숫자 8을 좋아하는 중국인지라 여러가지 창당 축하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는 1921년7월23일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역의 한 건물에서 개최됐다. 그 전에 여러 차례 모임이 있었지만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없었던 공산당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제안으로 7월 1일을 창당 기념일로 정한 것이다. 당시 공산당은 코민테른에서 파견된 옛 소련인 마링의 지도로 천두슈(陳獨秀) 외 전국 당원 57명의 대표 13명이 모여 만들어졌다. 창당 88주년, 건국 60주년을 맞이한 중국공산당은 2008년 말 기준으로 7593만1000명의 당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정당이다. 1949년 건국 당시 당원 수의 17배로 늘었다.

창당 기념일에 맞춰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4개 면을 증면, 하루 20면 체제로 변신했다. 이는 인민일보의 최근 10년래 가장 큰 변신이다. 1일자 1면에 실린 알림 기사에서 인민일보는 이번 증면이 연초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밝혔다. 국내외 보도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중요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인민일보가 공산당의 생일을 맞이해 준비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인민일보는 증면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인민일보 새로운 버전은 1~5면 주요 뉴스, 6~16면 뉴스, 17~20면은 메인·특집·부속면으로 구
성된다. 그 가운데 제 5면에 새로 증면한 주요뉴스면, 12면에는 사회건설뉴스면, 14면 국제뉴스면을 신설했다. 이와 동시에 매주 단위로 이론·문예평론·예술작품면을 새로 만들었다.

증면 첫 호의 5면에는 중국 항공기 엔진의 아버지로 불리는 우다관(吳大觀·93)의 인터뷰를 한 면에 걸쳐 실었다. 제목은 ‘영원한 중국의 마음(中國心)’. 새로 증설된 12면 사회면에는 ‘민생 탐방’ 기사가 실렸다. 초미의 관심사인 취업문제는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기치를 높이 들고, 큰 트렌드를 중심에 놓고, 인민을 위해 복무하며, 개혁 창신에 나선다(高擧旗幟, 圍繞大局, 服務人民, 改革創新)’. 인민일보가 견지하는 슬로건이다. 인민일보가 성공하여 당을 안심케 하고, 인민들이 만족토록 하겠다며 변신의 일성을 대신했다.

인민일보의 변신뿐 아니다. 중국중앙텔레비전 CC-TV의 변신도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450억 위안(약 8조3000억원)을 투입해 국제적 방송국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계획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명보(明報)는 지난달 30일자에서 이 번 인민일보의 변신을 더 크고 더 강한 ‘트랜스포머’형 변신전략의 첫 걸음으로 분석했다. 인민일보는 향후 2~3년 안에 40면으로 대폭 증면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국내외 72곳의 특파원 파견지를 모두 지사로 승격해 뉴스 취재능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대담한 변신은 인민일보와 CC-TV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해외에서 인재 모집에 나선 상태고,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도 영문판 글로벌 타임즈를 창간했다. 내년에는 프랑스어 판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신화사는 ‘중국판 CNN’ 창설을 준비하며 방송 영역 진출을 위해 내부 역량을 쌓고 있다.

중국 거대 매체들이 ‘변신’을 다투는 배경에는 연초 후진타오의 지시를 비롯해 중국공산당 고위층의 강력한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국력이 끊임없이 강해짐에 따라 중국의 현재와 미래의 국제적 지위에 상응하는 여론 전파력과 영향력을 어떤 구조로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미 중국공산당 사고의 중요한 전략적 과제로 자리잡았다. 중국 발전상을 해외에 전파하려는 의도 외에 언론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주류 매체 면모일신=중국 언론계 인사의 지적에 따르면 공산당 선전부는 나날이 언론 매체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하고 있다. 이를 주관하는 공산당 선전부 등 주관 부문의 기존 관념 등을 개선하면서 전국적인 언론매체와 간부급 인사에 대한 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중요 의제는 어떻게 뉴스의 흐름과 보도 방식 등을 제대로 파악하여 중국 매체의 경쟁력과 공신력, 영향력 등을 개선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상명하달식의 압력 외에도 중국 매체 스스로 오랜 기간 억압 상태로 눌렸던 관행 등이 점차 개선되면서 오히려 중국 매체들은 새로운 경쟁의 공간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언론들은 정부로부터 능력을 인정 받는 한편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히야 하는 경쟁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주요 언론들의 반응이 뜨겁다. CC-TV의 정저우(鄭州)기획국 부국장 루쥔(軍)의 ‘누군가를 대신해 말한다’라는 글이 나오면서 언론 개혁에 관한 토론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인민일보 역시 우젠민(吳建民) 전 프랑스 주재 대사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입장만 전달하면서 도식적인 얘기만 한다"며 중국 언론의 병폐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신화사 주간지 ‘요망(瞭望)’은 정부측의 뉴스 브리핑 제도 개선이 지지부진의 상태에 빠졌고, 각 부처의 대변인들이 개혁 의지 없이 복지부동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핵심은 누적된 병폐를 시정하여 주류 언론의 면모를 일신하자는 것이다.

중국 언론들의 이런 변신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에 있다. 모든 뉴스 취재 능력은 모두 인터넷을 통한 전파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며칠 전 신화사는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카이신넷(開心網)'에 진출했다. 이는 인터넷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현상을 놓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신중국 탄생 60년을 맞이해 중국 언론이 과거에는 찾아 볼 수 없는 기회를 맞고 있다. 중국의 미디어 변신 전략이 성공할 것인지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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