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박세리]역전의 드라마 전국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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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불안→초조→안도, 다시 기대감→불안→절망→안도, 그리고 설렘→초조, 드디어 환희. 박세리의 샷 하나하나에 손에 땀을 쥔 채 시선을 고정시킨 국민들은 홀이 바뀔 때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감정에 사로잡혀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그리고 '요술공주' 박세리가 대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98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과 4대 메이저대회 2관왕이라는 꿈 같은 기적을 일궈냈을 때 모두들 짜릿한 감격 속에 하나가 됐다. 이처럼 감동적인 스포츠 드라마는 없었다.

특히 박세리가 18번 홀에서 물에 빠질 뻔한 공을 극적으로 살려내 위기를 모면하고 연장 11번 홀에서 5.5m짜리 퍼팅을 성공시키는 순간 우레 같은 함성과 함께 "만세"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골프팬이 따로 없었다. 서울강남터미널 TV 앞에 모여앉은 20여명의 홈리스들은 버디가 뭔지는 몰라도 연신 환호성을 질렀고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승리의 흥분은 이날 하루종일 이어졌고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화젯거리는 단연 '박세리' 였다.

金경태 (31.회사원) 씨는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같은 투혼이 나오는지 놀랐다" 고 흥분했다. 서울강남구논현동 일식집 '그늘집' (주인 김덕기.48)에서는 박세리의 우승을 축하해 이날 1천여명의 손님들에게 점심과 저녁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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