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왕위전 도전기 오늘 1국 이창호-조훈현 쟁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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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목진석 돌풍을 잠재우고 7전전승으로 도전권을 쟁취한 조훈현9단이 지친 모습으로 산비탈에 서있다.

다음 차례는 타이틀보유자 이창호9단이다.

높고 화려한 이창호왕국의 성채는 구름속에서 아스라한데 曺9단은 과연 공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32년 전통의 왕위전 도전기가 1일 시작된다.

첫판의 대국장소는 한국기원. 曺9단은 7년전인 91년, 왕위전에서 자신의 제자인 이창호9단의 도전을 받아 대혈전을 벌인 끝에 3대4로 패배하고 만다.

바둑사에선 '이 승부가 15년간 바둑계의 황제로 군림하던 曺9단을 1인자 자리에서 밀어냈다' 고 기록하고 있다.

曺9단은 82년부터 90년까지 왕위타이틀을 9기 연패했으나 10연패 직전에서 자신의 제자에 의해 좌절당했던 것이다. 젊고 새로운 강자 이창호9단이 모든 타이틀을 휩쓸면서 曺9단은 사라지는듯 보였다.

曺9단은 그러나 수없이 위기를 돌파하며 유창혁9단과 함께 이창호를 위협하는 양 축으로 건재를 과시해왔다.

曺9단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李9단과 벌인 네번의 도전기에서 모두 패배했으나 올 봄의 바둑왕전에서 李9단을 꺾고 우승했다.

왕위전 본선리그에서는 올해 신인왕전에서 우승한 목진석4단과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인 끝에 전승으로 도전권을 움켜쥐었다.

왕년의 황제 조훈현은 여전히 왕성하게 살아숨쉬고 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세계대회인 후지쓰배 8강전과 LG배 16강전에서 한수 아래로 여겨왔던 일본의 히코사카 나오토9단과 중국의 위빈9단에게 연속 패배해 깊은 상처를 받았다.

'이번에야말로 曺9단의 체력이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등장했다.

이에 비하면 李9단은 후지쓰배와 LG배에서도 연전연승하며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완숙미를 자랑하고 있다. 본시 자기관리를 해본 적이 없는 曺9단은 3년전부터 금연과 등산으로 체력을 다져왔다.

李9단은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최강' 이며 특히 타이틀전에서는 거의 패배를 모르는 장기전의 명수다.

싸움은 曺9단쪽이 힘겨워 보인다. 지난해에도 曺9단은 첫판과 둘째판에서 좋은 바둑을 역전당하더니 내리 4대0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두 천재의 대결이 올해는 어찌될까. 이창호 왕국의 성채는 높고 견고한데 필마단기로 그곳을 찾은 조훈현의 모습엔 비장감이 감돌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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