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대기업 빅딜 강력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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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6일 "5대 기업이 부분적으로 노력하지만 모범을 보이지 않거나 개혁을 성공시키지 않는다면 문제" 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기업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도록 독려해야 하며, 5대 기업이 앞장서서 이러한 일을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미국 방문 후 처음으로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金대통령은 "최근 3대 그룹중 1개 그룹이 빅딜 (대규모 사업교환) 을 약속했다가 이를 번복해 좌절된 사실이 있다" 고 공개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이 밝혔다.

金대통령은 3대 그룹간 빅딜이 미뤄지는데 대해 "자기들이 하겠다고 도장까지 찍어 놓고 나서 안하겠다며 여론을 호도하는 엉뚱한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하고 싶으면 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하고, 약속했다가 뒤집는 게 시장경제인가" 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金대통령은 " (정부는) 나라를 위해 기업인들이 제대로 나가도록 충고하고, 법 테두리 내에서 개혁해야 한다" 며 8, 9월말까지 금융과 기업에 대한 개혁을 완료하겠다고 역설했다.

金대통령은 또 "아직 우리는 중대한 위기국면에 있다" 고 지적, "정부가 무조건 방관하면서 할 일을 하지 않는 게 시장경제가 아니다" 는 말로 향후 정부의 금융감독권 행사를 통한 대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개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金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국민회의의 지방선거 당선자대회에서도 "법테두리 안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힘을 동원해 금융.기업개혁을 단시일 내에 철저히 이루고야 말겠다" 며 금융.기업개혁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金대통령은 "은행의 부실채권이 1백조원 이상인데도 수익성도 없는 적자기업을 계속 끌고가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도록 해야 하느냐" 며 "지금은 어떤 의미에선 졸속이 필요한 때" 라고 강조, 개혁드라이브 속도를 한층 높일 것임을 밝혔다.

金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과연 국정을 제대로 다루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고 질책하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외국과 국민으로부터 '방향은 옳으나 행동이 없다' 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된다" 고 주문했다.

金대통령은 "개각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국민이 '이 장관 가지고는 안된다' 고 했을 때는 대통령이 어떻게 하겠는가" 며 문제장관들에 대해선 경질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金대통령은 병무비리와 관련,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계자 명단을 공개해 다시는 병무청탁을 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게 하라" 고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

이건춘 (李建春) 국세청장에 대해서는 "불로소득자들이 엄청난 사치생활을 하고 있는 것에 국민은 분노한다" 면서 불로소득자에 대한 엄정한 과세를 지시했다.

한편 金대통령은 지방선거 당선자대회에서 "압도적 다수 국민의 요구대로 정계개편을 단행해 동서화합과 정국안정을 이룩해야 한다" 며 정계개편의 불가피성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金대통령은 "동서 (東西) 분단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면서 "21세기를 지향하는 정부.정당.국회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상일.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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